인플레 해법 극과극…“대기업 폭리규제” “에너지값 인하”

김형구 2024. 8.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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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랄리의 웨이크테크 커뮤니티칼리지에서 대선 유세를 하는 민주당 대선후보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회의 경제’라는 이름의 경제 구상을 발표했다. 세제 혜택을 비롯해 식료품·집값을 잡아 중산층 삶의 경제적 안정을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생활 물가가 높아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진단은 같지만, 고물가 해법이나 세제 등 주요 경제정책 방향은 180도 다르다. 해리스는 16일 ‘취임 100일 경제 구상’을 공개하면서 “나는 최초로 식료품 바가지 가격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다.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불공정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할 경우 새로운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규정을 어기는 기업에 대한 수사·처벌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州) 법무장관에게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때리기’를 통한 장바구니 물가 안정화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반면에 트럼프의 인플레이션 해법은 에너지 가격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석유와 가스 개발을 더욱 확대해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고 공언해 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기반이 된 친환경 산업 정책 노선 철회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면 주택 가격을 내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경제정책 타깃도 대척점에 있다. 해리스의 경제정책 목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중산층 가정의 자녀 세금 공제를 1명당 2000달러(약 270만원)에서 3600달러(약 487만원)로 늘리고,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해 계약금 용도로 2만5000달러(약 340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연간 소득 40만 달러(약 5억4000만원) 미만 가정에는 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법인세율은 현행 21%에서 28%로 올려 세수 부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1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리에서 유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그는 “내 외모가 해리스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반면에 트럼프의 목표는 기업 감세 및 규제 완화를 통해 ‘파이’(경제 성장)를 키우는 데 맞춰져 있다. 시장 자율성을 중시하는 기조에 따라 정부 가격 통제에도 부정적이다. 중산층 가구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5년 종료되는 개인소득세 감면 시한(최고 세율 39.6%→37%)을 연장하고, 외국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리스는 이날 “트럼프는 억만장자와 대기업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트럼프 선대위 브라이언 휴는 해리스의 대기업 가격담합 통제 정책 등을 두고 “베네수엘라에서나 할 법한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선심성 공약이 재정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미국의 ‘책임있는연방재정위원회(CRFB)’는 “트럼프의 제안대로 사회보장기금 세금을 없애면 이를 정부 재정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1조6000억 달러(약 2167조원)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CRFB는 해리스의 각종 소득공제 및 주택 지원금이 현실화할 경우에는 미 재정적자가 10년간 1조7000억 달러(약 2300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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