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지 말고 지금 당장 집을 사라” [편집장 레터]
일명 8·8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지방 부동산은 더욱 수렁에 빠진 분위기입니다. 2022년 6월부터 2년 2개월 동안 꼬박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산 부동산 업계 역시 술렁댄다는 전언입니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이 정답”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지면서 외지인의 서울과 수도권 주택 매입 현상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지방 부동산은 더욱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따라옵니다.
8·8 대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집값이 난리 난 서울과 수도권 공급을 늘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는다’입니다. 그런데 ‘결국 서울과 수도권이 정답’이라니 뭔가 핀트가 안 맞아 보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8·8 대책 내용이 애매하기 때문이죠. 3대 대책이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 비아파트 활성화인데 ‘그린벨트를 해제해봤자 10년 뒤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 ‘재개발·재건축 촉진책은 법령 개정 안 되면 불가능’ ‘빌라 등 비아파트 활성화해봤자 수요자 관심 없을 것’이란 냉소적인 반응만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은 하나도 없고요. 이번 대책이 나온 이후 전문가 상당수가 “정부 말 믿지 말고 지금 당장 집을 사라”고 기가 막힌 조언을 하는 배경입니다.
수도권 위주 대책만 쏟아낸다는 말이 나올까 싶어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해결 대책도 슬쩍 끼워넣기는 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지방은 거꾸로 수요를 늘리는 방안이죠.
내용이 뭐냐고요? ‘CR리츠’라고 들어보셨나요? 우리말로 풀어내면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인데요. CR리츠 도입을 통해 수요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입니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우선 임대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임대 운영하는 동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지원해줄 계획입니다. 리츠 조달 금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으로 낮추고 보증 심사 기간도 2주 이내로 단축한다는 당근도 내놨고요.
그러나 현장에서는 “별 소용없을 것”이라는 한숨 섞인 반응이 나옵니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대 기대수익이 엄청 낮은 만큼 CR리츠 사업성이 별반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죠. 진짜 집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식의 수요 진작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될 뿐이라고 잘라 말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서울과 수도권이 있는데, 미분양이 넘쳐나는 지방 부동산에 굳이 리츠 투자까지 해가며 뛰어들 요인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어쩌냐고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닌 제가 훈수를 둘 처지는 아니고, 그저 문재인정부 시절처럼 22번째 대책이니 23번째 대책이 또 나왔느니 하는 일이나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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