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기' 체제, '거부권 벽' 어떻게 뚫을까
[조혜지, 류승연, 남소연 기자]
▲ 당기 흔드는 이재명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 남소연 |
'또대명(또 이재명 당대표)'
'구대명(이재명 당대표 90% 득표)'
8.18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아래 전대) 동안 여의도 안팎을 돌아다니던 줄임말은 '구대명(최종 득표율 85.4%)'을 빼고 모두 현실화됐다. 이변은 없었지만, 숙제는 많았다. '이재명 1기 체제'의 목표가 총선 승리라는 승패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2기 체제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대안 세력'으로서 이재명 지도부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기대 약한 컨벤션 효과... '2기 흥행' 돌파구는?
'어대명'으로 일찍이 정리된 이번 전대는 권리당원 당대표 투표 누적 투표율 42.18%(총 선거인 수 122만 2104명 중 51만 7180명)로 흥행몰이에는 의미 있는 숫자를 얻지 못했다. 전대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통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뜻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 지지율이 여전히 30%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재명 2기 체제'가 먼저 맞닥뜨릴 과제는 2기 지도부에 대한 여론의 기대를 어떻게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내내 막혀 요지부동인 국회 상황을 타개할 '정치력' 입증이 첫 미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한동훈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으로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채상병 특검이 그 시작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기 지도부 선출을 코앞에 두고 한 대표의 제3자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던져 놓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채상병 특검과 함께 한 대표도 거론한 바 있는 지구당 부활도 함께 언급했다.
계파색이 옅은 당내 한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 후) 컨벤션 효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2기 지도부의) 일성이 중요하다"면서 "원내에서 주도하던 (여야 협상을) 당 대표가 명확히 이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거부권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오히려 다수당인 민주당이 독박을 쓸 우려도 있다"면서 "(채상병 특검, 긴건희 특검 등) 앞으로 모두 큰 이슈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선후와 시기를 전략적으로 단계 단계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재명 대표는 당장 윤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단독 대담을 요구했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에 여전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치라는 게 내 뜻대로 다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며 '열려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결국 이 모든 일성은 현 국회가 직면한 정치 효능 '제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내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뭔가 변화가 있구나"를 느끼게 하려면 "입법 권력을 통한 정치 효능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민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는 염려였다.
'효능감'의 목적은 곧 '대안 세력 입증'에 닿아 있었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2기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집권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위해선 당 지도부의 전문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냥 정부를 타격하는 '투사형' 지도부에서 산적한 민생 과제들을 해소하는 '비전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당내 한 실무 관계자도 "새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국회가 '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총선이 주목적이었던 1기 때와 달리 2기는 이재명 대표가 '1인자'가 된다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평가 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효능감' 실현을 위한 당내 통합은 계파 구분 없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의원들을 다양하게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민생과 통합이 (2기 지도부가 나갈 방향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수락연설 후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21대에서도 거의 합의를 이룰 뻔했던 연금 개혁 문제나, 국민의힘 진영에서도 토론이 오가고 있는 채상병 특검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한 당직 개편도 '비전형' 인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이 대표가 일찍이 던져 놓은 세제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지도부가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도 적잖은 과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부권 국면을) 정책적으로 뚫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금 개혁이나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처럼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룬 법안들은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 합의를 주도할 경우, (지금 국면에서) 리더십을 평가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비전형 지도부를 겸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직 개편을 통해 민생, 경제 등 '비전' 부분을 보완한 지도부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직 개편의 '계파 안배'를 묻는 말에 "여의도 중심의 계파라는 것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면서 "(계파) 안배 측면을 백안시할 순 없겠지만 가급적 역량 중심으로 인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저는 정치가 이 참혹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반드시 정치가 이 참혹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7월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도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주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 모든 것이 정치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총선 선봉장에서 제1야당의 '정치' 대표로 다시 돌아온 이 대표. 공언했던 '현실을 바꿀 정치'를 평가할 국민의 눈 앞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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