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기' 체제, '거부권 벽' 어떻게 뚫을까

조혜지 2024. 8.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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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과제는 '대안 세력 입증'... 대선·지선 앞두고 '정치 무대' 선 이재명

[조혜지, 류승연, 남소연 기자]

▲ 당기 흔드는 이재명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남소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이재명 당대표)'

'구대명(이재명 당대표 90% 득표)'

8.18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아래 전대) 동안 여의도 안팎을 돌아다니던 줄임말은 '구대명(최종 득표율 85.4%)'을 빼고 모두 현실화됐다. 이변은 없었지만, 숙제는 많았다. '이재명 1기 체제'의 목표가 총선 승리라는 승패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2기 체제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대안 세력'으로서 이재명 지도부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기대 약한 컨벤션 효과... '2기 흥행' 돌파구는?

'어대명'으로 일찍이 정리된 이번 전대는 권리당원 당대표 투표 누적 투표율 42.18%(총 선거인 수 122만 2104명 중 51만 7180명)로 흥행몰이에는 의미 있는 숫자를 얻지 못했다. 전대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통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뜻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 지지율이 여전히 30%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재명 2기 체제'가 먼저 맞닥뜨릴 과제는 2기 지도부에 대한 여론의 기대를 어떻게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내내 막혀 요지부동인 국회 상황을 타개할 '정치력' 입증이 첫 미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한동훈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으로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채상병 특검이 그 시작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기 지도부 선출을 코앞에 두고 한 대표의 제3자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던져 놓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채상병 특검과 함께 한 대표도 거론한 바 있는 지구당 부활도 함께 언급했다.

계파색이 옅은 당내 한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 후) 컨벤션 효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2기 지도부의) 일성이 중요하다"면서 "원내에서 주도하던 (여야 협상을) 당 대표가 명확히 이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거부권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오히려 다수당인 민주당이 독박을 쓸 우려도 있다"면서 "(채상병 특검, 긴건희 특검 등) 앞으로 모두 큰 이슈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선후와 시기를 전략적으로 단계 단계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재명 대표는 당장 윤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단독 대담을 요구했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에 여전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치라는 게 내 뜻대로 다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며 '열려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수 회담의 '의제 설정' 폭도 넓혀 놨다. 이 대표는 이날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외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면서 "영수 회담을 한다면 의제를 특별히 제한할 필요는 없고, 현재 제기되는 국민적 관심 사안을 모두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의제를 제안하면 그 의제만이라도 만나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기와 2기는 다르다' 증명 필수 키워드, 효능감-통합

결국 이 모든 일성은 현 국회가 직면한 정치 효능 '제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내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뭔가 변화가 있구나"를 느끼게 하려면 "입법 권력을 통한 정치 효능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민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는 염려였다.

'효능감'의 목적은 곧 '대안 세력 입증'에 닿아 있었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2기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집권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위해선 당 지도부의 전문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냥 정부를 타격하는 '투사형' 지도부에서 산적한 민생 과제들을 해소하는 '비전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당내 한 실무 관계자도 "새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국회가 '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총선이 주목적이었던 1기 때와 달리 2기는 이재명 대표가 '1인자'가 된다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평가 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효능감' 실현을 위한 당내 통합은 계파 구분 없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의원들을 다양하게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민생과 통합이 (2기 지도부가 나갈 방향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투사 → 비전... 이재명 2기 지도부 구성 어떻게?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수락연설 후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꽉 막힌 정국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당 관계자들과 정치평론가들은 입을 모아 '첫 여야 합의 법안'을 빠른 시일 내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에서도 거의 합의를 이룰 뻔했던 연금 개혁 문제나, 국민의힘 진영에서도 토론이 오가고 있는 채상병 특검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한 당직 개편도 '비전형' 인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이 대표가 일찍이 던져 놓은 세제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지도부가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도 적잖은 과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부권 국면을) 정책적으로 뚫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금 개혁이나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처럼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룬 법안들은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 합의를 주도할 경우, (지금 국면에서) 리더십을 평가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비전형 지도부를 겸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직 개편을 통해 민생, 경제 등 '비전' 부분을 보완한 지도부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직 개편의 '계파 안배'를 묻는 말에 "여의도 중심의 계파라는 것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면서 "(계파) 안배 측면을 백안시할 순 없겠지만 가급적 역량 중심으로 인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저는 정치가 이 참혹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반드시 정치가 이 참혹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7월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도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주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 모든 것이 정치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총선 선봉장에서 제1야당의 '정치' 대표로 다시 돌아온 이 대표. 공언했던 '현실을 바꿀 정치'를 평가할 국민의 눈 앞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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