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현, 더헤븐 마스터즈 초대 챔피언 등극
배소현(31)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의 초대 챔피언이 됐다. 생애 처음으로 다승자 반열에도 올랐다.
배소현은 18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더헤븐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연장전에서 황유민(21)과 서어진(23)을 차례로 제쳐 정상을 밟았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 4개만 잡아 합계 4언더파 201타를 기록했고, 1차 연장부터 3차 연장까지 연달아 버디를 낚아 한참 어린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1993년생인 배소현은 과거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했던 아버지 배원용(2019년 별세) 코치를 따라 자연스럽게 클럽을 잡았다. 좋은 DNA는 물려받았지만, 프로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1년 KLPGA 입회 후 오랫동안 2부 투어를 전전했다. 2017년에야 1부 투어 정회원이 될 정도로 무명 세월이 길었다.
어느덧 30대가 된 배소현은 올 시즌 마침내 꽃을 피웠다.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154번째 출전 대회에서 처음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였다. 배소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늘 믿어주신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10년 넘게 기다린 마수걸이 우승과 달리 두 번째 우승은 일찍 나왔다. 이번 대회 압권은 전날 2라운드였다.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잡아 코스 레코드를 세웠다. 기존 기록은 골프장 명칭이 아일랜드 시절이던 2014년 9월 메트라이프 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허윤경(34)이 기록한 8언더파였다.
1언더파 공동 74위에서 11언더파 공동선두로 올라선 배소현은 최종라운드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안정적인 티샷과 경기 운영으로 역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추가해 황유민, 서어진과 함께 15언더파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연장은 파5 18번 홀에서 치러졌다. 1차 연장에선 장거리 버디 퍼트를 놓친 황유민이 먼저 탈락했다. 배소현은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고, 3번째 샷으로 컵 바로 옆을 공략한 서어진도 버디를 잡아 승부를 2차 연장으로 끌고 갔다.
2차 연장에서도 버디로 비긴 배소현과 서어진의 희비는 3차 연장에서 갈렸다. 배소현은 그린을 노린 세컨드 샷이 오른쪽 벙커 부근으로 향했다. 서어진은 투 온을 포기하고 3번째 샷으로 그린을 지켰다. 이때까지는 경기가 서어진에게 유리하게 흘렀지만, 배소현이 침착한 어프로치로 핀 1m 옆을 공략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압박감을 느낀 서어진은 버디 퍼트가 컵을 외면한 반면, 배소현은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올해 신설된 더헤븐 마스터즈의 초대 챔피언이 된 배소현은 “나는 주니어 시절에는 골프를 잘 치지 못하던 선수였다. 2부 투어에서도 한 단계씩 올라오는 선수였다. 그래도 팬들께서 나 같은 선수를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어 “샷 미스가 날 때 체중이 왼쪽으로 빠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드로우에서 페이드로 구질을 변경 중이다. 아직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 기쁘다. 다음 주 메이저 대회(한화 클래식)에서도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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