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 사건 벌써 1년, 진짜 비극은..."
[이영광 기자]
채상병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비롯해 수사외압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채 상병 사망사고 수사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두 차례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13일 MBC <PD수첩>에서는 '수사외압인가? 항명인가? (02)800-7070에서 걸려 온 전화' 편이 방송됐다. 지난 7월 19일 탄핵 입법 청문회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모습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지난 1년 사건 진행 상황을 정리했다. 또 '멋진 해병' 단톡방의 대화에서 제기된 문제를 짚었다. 취재 후기를 듣기 위해 지난 15일 해당 회차 연출한 최원준 PD와 전화 통화했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 MBC |
"사실 제가 <PD수첩> 해왔던 것 중에 손에 꼽게 다루기 어렵고 접근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끝나고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 채 상병 사망사고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PD수첩>에서 이미 2번 다뤘는데 또 다룬 이유가 있나요.
"앞선 두 편은 채 상병 사망에 누가 책임 있느냐에 더 중점을 뒀어요. 이후 임성근 사단장의 과실을 따져볼 만한 이유가 있는데, 왜 이 사람을 제외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이 나오지 않은 거 같아요. 그런데 최근 김규현 변호사가 제보한 '멋진 해병' 카톡방의 내용과 이종호의 녹취 내용을 듣고, 어쩌면 앞서 해결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7월 19일 국회 법사위 풍경으로 시작되는데, 구성한 이유가 있나요.
"국민들이 채 상병 사안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이 1년 지났다는 건 인식할 수 있잖아요. 이 사안이 지나간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더 강력한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당시 국회 분위기가 어땠나요.
"법사위에서 탄핵 입법 청문회가 있던 날이었거든요. 청문회 자체를 여당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규탄하는 상황이었어요. 야당에서는 '불법적인 요소는 없는데 왜 이 합당하게 열리는 청문회를 방해하느냐'면서 국민적 의문을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고요.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같은 경우 실제로 다치기도 했고요. 현장 상황이 심각했어요."
- 지난 6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서 이 사건 본질을 항명 사건으로 규정 했잖아요.
"결국 프레임 문제인 것 같은데 대통령실에서는 이 사건의 본질이 항명이기를 바랄 겁니다.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대통령이 개입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려고 했던 시도가 있다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으니까요. 또 직권남용이 유죄로 확정되면, 대통령이 탄핵 소추 당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에 대통령실에서는 박정훈 대령의 항명으로 처리하고 싶을 수 있죠. 이 문제가 수사 외압인지 아니면 개인의 항명인지 명확하게 알려면, 아직 밝혀내야 될 것들이 많습니다."
▲ 해병대예비역연대가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
ⓒ 김화빈 |
"전화에 대한 발신자와 내용을 대통령실에서 절대로 밝힐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대통령실이)이 사건의 본질을 박정훈 대령의 항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애초 이종섭 장관이 이 사안을 보고 받아 결제하고 다음 날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갑작스럽게 취소했잖아요. 그런데 결제를 고치려면 해병대 사령관을 부른다든지 논의한 과정이 있어야 하잖아요.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문서로 고지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런 흔적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급하게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고 이첩이 보류됐죠. 최근 밝혀진 건 언론 브리핑 취소와 이첩 보류 명령을 내리기 직전 대통령실에서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했다는 거죠. 만약에 그 전화가 대통령 혹은 대통령실에서 언론 브리핑 취소와 이첩을 보류시키는 내용을 지시한 것이라면, 직권남용이 될 가능성이 있죠. 그래서 이 전화가 어디에서 걸려 왔는지가 중요한 거고, 대통령실은 이를 쉽게 밝힐 수 없는 거 아닐까요."
- 정진석 비서실장이 국회 나와서 '(이 상황을) 북한에서 보고 있어서 (전화번호 발신자 등을) 밝힐 수 없다고 했잖아요.
"이런 변명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이 청문회를 북에서 보고 있을 거라고 얘기하는 건, 마치 '안보의 중요한 것을 왜 묻나. 왜 이렇게 안보의식이 없냐'라고 질책하는 뜻 같은데요. 사실 납득이 안 되죠."
-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날이잖아요. 윤 대통령은 개인 휴대전화로 이 전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고요. 왜 개인 휴대전화로 소통했을까요.
"8월 2일경 대통령의 휴가가 시작됐을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실에 있는 업무 폰으로 연락하기 어려웠을 거고요.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대통령이 휴가에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할 정도로 급하게 연락한 것 아닌가 싶어요."
- 경북경찰청이 지난 7월 임성근 사단장에게 혐의 없다고 결론 내렸죠.
"경북경찰청은 무혐의 처분을 했지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죠. 임성근 사단장의 법적인 문제에는 지시 내용뿐 아니라 직권남용에 대한 문제도 있었어요. 그 당시 해병대 1사단은 포항에 있었는데, 예천군 쪽에 수혜가 나서 지원나간 거잖아요. 그 지역 작전을 총괄하는 건 사실 해병대 1사단이 아니라 육군 50사단이에요. 육군 50사단장에게 지휘할 권한이 있었어요. 결국 해병대를 누가 지휘했을까요. 그 당시 해병대의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상륙돌격 장갑차가 내성천에 오갔어요. 그런데 과연 육군 50사단장이 해병대의 핵심 전력을 지휘했을까요?
지난해 7월 18일, 19일 양일 해병대를 실질적으로 지휘한 건 누굴까 생각했을 때 개인적으로 임성근 사단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경북경찰청은 육군 50사단장이 그 현장에 지휘 권한 있었다고 봤죠. 임성근 사단장에게 지휘 권한이 없어서 직권남용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다 수긍한 거에요."
-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등장하면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성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요.
"그건 수사 기관이 밝혀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종호라는 분이 도이치 모터스 2차 주가 조작의 이른바 '주포'로 활동한 인물로 알려졌잖아요. 그런데 그분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김건희라는 엑셀 파일이 나왔어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사람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다고 추측할 수 있죠. 그리고 (이종호가) 사적인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정황도 있고요. 이런 사람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있으면 분명히 알아봐야 할 문제죠."
- 공수처가 대통령 통화 기록 확보했는데요. 핵심 증거가 될까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통화 기록만 해도 중요한 증거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공수처가 확보한 자료가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통화 기록이 아니라 더 구체적인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통화 내용이 녹음됐다거나 대통령의 직접 지시 사항이 나오거나요.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기록도 확보하는 등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진실에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사안의 본질은 지금까지 나온 기록만으로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국가가 돌아가는 방식은 일개 동아리와는 다른 거잖아요. 사실 동아리도 회칙으로 움직이고요. 국가는 헌법이 있고, 법률이 있고 그 법률의 체계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데 이 사안은 절차대로 움직인 거 같지 않아요. 국가의 정부 기관들이 법률이 정해 놓은 대로 움직이지 않은 정황들이 보이는 거죠. 1년 전, 2023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비극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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