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회와 장로직
장로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한국교회에서 장로직은 민감한 현안 중에 하나다. 모든 조직에는 조직을 관리하고 치리하는 치리 제도가 있듯이 교회에도 치리 제도가 있다. 장로제, 감독제, 회중제, 천주교의 교황제도 즉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 기고에서는 장로회제도(presbyterianism)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장로제는 장로교회의 정치 형태로서, 근본적으로 목사와 평신도 대표로 구성된 협의회(collegium)가 교회공동체를 다스리는 대의적(representative)정치 형태를 가리킨다.
모든 성도는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며, 장로와 장로 사이, 교회와 교회 간의 평등을 강조한다. 따라서 교회에서의 계층적 혹은 계급적 구조를 반대한다. 장로회 제도는 가르치는 장로(preaching elder)와 치리하는 장로(ruling elder)등과 관련해 많은 논저가 있다. 하지만 장로교회가 역사적으로 종교개혁 이전인 구약 성경시대, 신약 성경시대, 고대교회와 중세교회, 그리고 종교개혁 이후의 장로제도에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쳐 왔는가. 장로직의 기원과 발전, 장로직 이해에 대한 깊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장로는 목사와 동등한 의미의 장로인가. 아니면 교회치리 문제에서 목사를 돕는 직분인가. 만일 장로가 목사와 동등 직분이라면 장로도 정규신학을 하고 목사처럼 안수를 받아야 하는가.
칼빈의 신학은 목사와 장로와의 관계가 동등하게 보이기도 하고 종속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본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헌법 정치 제6장 39조를 근거로 중요한 키워드를 ‘치리 회원’ ‘권면’ ‘협력’ ‘당회’로 정하고 목회적 입장에서 장로의 직무를 간결하게 설명해 보려고 한다.
한국장로교회는 미국 장로교회의 직제를 모델로 삼으면서도, 비(非)장로교회로 부터 또는 성경적 관점으로부터 전도사, 권사, 서리 집사 같은 직제를 추가로 채택해 왔다. 교직은 계급이 아니라 평등하며 섬김의 기회일 뿐이다. 직분이 권력화되고 계층화(hierarchial system)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성령 안에서 위계(位階)질서는 필요한 것이다. 장로교 정치원리는 예수그리스도의 주권 아래서 모든 체제와 지교회들이 누리는 평등성(equality),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해 직분자들을 통해서 운영되는 자율성(autonomy), 지교회의 대표들을 통해 연합하는 연합성(unity)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통 기독교(Orthodox Christianity)에서는 성례전과 하나님의 말씀(verbum Dei)선포는 공적인 목회이기에 정식 신학교육 과정과 수련을 받고 목사고시에 합격하고 ‘안수받은 목사’만이 행할 수 있는 특권으로 정의한다. 교회의 본질과 표제(標題)를 잘 유지하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포괄적 목양을 위해 가르치는 사역, 다스리는 사역, 돌보는 사역에 있어서 치리회원인 장로는 교회공동체의 지도자로서 목회자의 좋은 동역자이다. 장로는 공동예배 출석, 성경 읽기와 연구, 기도 생활 바른 헌금, 교회 치리에 복종, 목사와의 관계, 교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모범적이며 존경받는 장로이어야 한다. 장로는 평신도의 대표로서 목사와 함께 협의회(당회)를 구성하여 집단적(Corporate) 통치의 원리로 교회를 다스리는 직무를 잘 감당해야 한다. 헌법 정치에는 장로의 직무를 협력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목사는 신학을 연구한 목회의 전문가다. 목회자의 배경은 교회이며 동역자인 장로다. 수평 관계에서 목사가 존경받고 대부분 훌륭한 목사가 되는 것은 장로에 의해서이다.
필자의 교회에는 훌륭한 장로들이 많이 있다. 41년간 세계로교회를 섬겨올 때 장로들의 중보기도와 사랑과 격려가 감동의 물결을 이뤘다. 따라서 평화로운 목회, 자존감이 높은 철학이 있는 목회, 잔이 넘치는 행복한 목회를 섬겨 왔다고 자부한다. 그중에 올 11월에 전장연의 대표회장으로 취임하는 길근섭(吉根燮) 장로는 필자가 섬기는 세계로교회 수석 장로로서 깍듯한 예의범절과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다. 신앙과 삶에 있어서 노회와 총회의 모든 장로의 모델이요, 본보기로 충분한 분이라고 사료된다. 주일 1부 예배부터 저녁 찬양 예배까지 자원한 헌신과 섬김에 있어서 양무리의 본이 되어 왔다. 멀리 출장을 갔다가도 늦은 밤 또는 새벽에 돌아와 새벽기도회와 차량 봉사에 빈틈이 없다. 본 교회에서 예배드리기 위해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고 돌아와 기쁨으로 헌신하는 태도는 기념비적 귀감적(龜鑑的)이며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다. 담임목사로서 한국교회의 모든 장로에게 “길 장로만 하시라 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이렇듯 장로는 바른 영성과 덕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장로의 덕목을 15가지로 제시했다(딤전 3:1~7).
미래 사회를 지식 정보화 시대, 인공 지능로봇, 세계화, 전문화, 블록화 시대 등으로 정의하고 전망할 때에 미래교회의 장로 직분은 많은 변화를 요구받을 것이다. 소수의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사역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극대화될 것이다. 목사가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역하듯이, 장로 역시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사역을 기쁨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장로는 교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나라 확장에 충성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중보하며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장로는 평신도 가운데 선출된 영광스럽고 거룩한 직분이다. 그러므로 교회 회중들과 한마음 한뜻이 돼야 하며 평신도의 대표성과 책임감을 느끼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직무를 넉넉한 마음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장로제도와 장로 직분론에 관해 간단하게 고찰했다. 교회공동체에서 가장 위에 있는 치리회원인 장로는 좋은 교인이며 모범적인 성도이다. 칼빈은 1539년도 판 ‘기독교 강요’에서 제안했던 바처럼 신약성경 원리에 따라 4종의 직분을 제안했다.
이 글에서 칼빈은 처음으로 장로직(anciens)을 언급했다. 칼빈의 직분론에 의하면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고 성례를 집행하며 장로들과 함께 형제애적 교정(矯正)을 시행할 책임을 지니며 장로는 시민들의 생활을 감독하며 그릇된 행동은 사랑으로 징계해 바른길로 인도할 의무를 지닌다고 했다. 정리하면 칼빈은 목사와 장로는 상호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는 협조적 관계로 이해했다. 장로는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낮은 자리에서 섬김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자이다. 목회자와 손과 발을 맞추어 교회와 성도를 섬기는 복음에 좋은 동역자이다. 칼빈은 목사와 평신도 대표로 구성되는 당회를 구성해 함께 교회를 다스리는 정치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칼빈은 장로교 제도의 창시자로 불려온 것이다.
글=김성기 세계로교회 목사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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