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주사위 놀이, 메타어스 [김형준의 메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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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가볍다"는 말이 있다.
공기는 존재하지만 좀체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평수'라고 부르는 33평 아파트에는 250㎏의 공기가 채워지게 되는데, 이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무거운 수치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공기의 흐름은 고전 유체 역학의 영역에 있으며 온도, 습도, 기압 등 날씨의 변화도 함께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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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공기처럼 가볍다”는 말이 있다. 공기는 존재하지만 좀체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 때 거의 유일하게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공기는 훨씬 무겁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공기의 무게는 1㎥당 1㎏ 정도이다. 따라서 ‘국민평수’라고 부르는 33평 아파트에는 250㎏의 공기가 채워지게 되는데, 이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무거운 수치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공기의 흐름은 고전 유체 역학의 영역에 있으며 온도, 습도, 기압 등 날씨의 변화도 함께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1910년 5월20일, 지구가 핼리혜성의 꼬리를 통과하는 동안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는 수많은 기구를 띄워 대기 조건을 관측했다. 현대 일기예보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은 이날의 풍부한 관측 자료를 이용해 6시간 일기예보를 시도했다. 하지만 수주에 걸쳐 직접 손으로 계산한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 되고 그는 후에 전 지구를 바둑판처럼 나누는 ‘일기예보 공장’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각 격자에 배치된 계산원들이 계산한 대기 조건을 주변 격자에 전달하는 분산 계산 방식이다. 다만 그가 상상한 공장은 무려 6만4000명의 계산원을 필요로 했다.
1946년 2월15일, 인류 최초의 현대적 컴퓨터라 불리는 ‘에니악’이 공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포탄의 탄도 계산을 위해 만들어진 에니악은 전쟁 후 일기예보를 포함한 다양한 과학적 연구에 활용되었다. 1950년, 기상학자인 줄 그레고리 차니와 컴퓨터학자인 존 폰 노이만은 이를 이용해 최초의 전산 수치 예보를 수행했다. 리처드슨이 제안한 상상 속의 공장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하루 예측을 위해 하루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치명적인 문제도 나타났다. 이처럼 날씨 예측은 막대한 계산량을 요구한다. 차후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은 날씨 예보의 정확성과 실용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켰고 일기예보는 우리의 실생활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폭우, 폭염 등 다양한 이상 기상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구의 기온 변화는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례 관계를 보인다. 예를 들어, 온도가 1℃ 상승했을 때 어떤 나라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면, 그 국가는 지구 기온을 0.2℃ 상승시킨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온 변화와 날씨와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시스템이 가지는 무작위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어떤 기상 재해가 기후 변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했음을 연역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타어스’(MetaEarth)가 제안되었다. 인간 활동의 영향이 배제된 자연 지구와 그 영향을 포함하는 인류세 지구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수백 수천년 이상의 실험을 반복해가며 비교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올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폭염의 위험이 인류세 지구에서 자연 지구에 비해 높았다면 추가로 증가한 위험이 기후변화 때문임을 직관적으로 보이고 강화된 피해에 대한 각 나라의 책임을 산정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개인, 집단, 세대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문제이다. 관련된 많은 문제에 사실상 가해자가 존재하지만 각각의 책임을 명확하게 추산하는 것이 난해하다. 이는 기후 정의 문제의 핵심이며 기후 재해의 피해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손실과 피해”의 합리적 이행에도 높은 장벽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의 주사위라 할 수 있는 메타어스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것은 기후 위기에 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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