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 애호가도 무서워서 쩔쩔, 꿈자리도 뒤숭숭
[장혜령 기자]
▲ 영화 <포제션> 스틸컷 |
ⓒ IMDB |
한 달 이상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지 않겠나. 밤낮이 바뀌어 비몽사몽해도 열심히 응원했던 올림픽도 끝났고, 곧 녹아버릴 듯한 더위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요즘 날씨. 한풀 꺾이겠으나 9월 중순까지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폭염을 날려 버릴 나만의 방법을 공유한다.
부천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접했던 필자는 호러, 공포, 고어, 오컬트, 슬래셔 등 장르물을 고전영화보다 더 빨리 접하며 자라왔다. 그때 단련되었던 무쇠 심장은 훗날 믿음직한 지원군이 되어주었지만. 그럼에도 멘탈을 뒤흔드는 영화는 여전히 존재하고 트라우마로 남아 가끔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막바지 더위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호러 영화 애호가도 찝찝하고 무서워서 며칠 동안 시달렸던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남은 더위 시원하게 보내길 기원하며 두 여성 캐릭터의 하드캐리에 끌려가 보길 바란다.
▲ 영화 <포제션> 스틸컷 |
ⓒ IMDB |
40년이 넘은 시간 동안 여전히 회자되는 지하철 장면은 시청만으로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기 충분하다. 파란 원피스를 입고 빙의인지, 변신인지 알 수 없는 고통스러운 동작을 취하면서도 쾌락을 탐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흥분. 무척 괴로워 보이지만 그것마저도 즐기는 듯한 광기가 보는 사람의 영혼까지 잠식하기 충분하다.
▲ 영화 <포제션> 스틸컷 |
ⓒ IMDB |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변하고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아내를 보고 있자니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알고 싶어 사립 탐정을 고용해 미행 붙인다. 거듭된 추궁에 집을 나간 아내를 쫓던 탐정은 주검으로 돌아오고, 그사이 마크는 아내의 내연남 하인리히(하인츠 베넌트)를 만나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 영화 <포제션> 스틸컷 |
ⓒ IMDB |
내가 무엇을 본 건지, 왜 그런 건지 굳이 따지기보다 무언가에 사로잡혀 빠져나올 수 없어 발버둥 치는 고통을 체험하는 영화다. 광란에 사로잡혀 자신을 점점 잃어가는 안나는 남편, 내연남, 괴물과 몸과 마음을 섞으며 변한다. 행복하지만 않은 결혼생활에 빗댄 은유로 해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다. 특히 베를린 장벽 붕괴 전의 서독이 배경인 탓에 기괴한 분위와 미장센도 함께 시너지를 이룬다.
최근 할리우드 IP의 재해석 바람에 <포제션>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직 많은 것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샘 닐 역할에는 '로버트 패틴슨'이 물망에 올랐으며 제작에도 관여한다고 한다. 이자벨 아자니 역은 미정이다. 과연 21세기 <포제션>은 어떤 감성으로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영화 <고통의 관> 스틸컷 |
ⓒ IMDB |
빵집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단란한 가족을 이루던 시타(파라디나 무프티)는 눈앞에서 부모를 잃는다. 이후 오빠 아딜(레자 라하디안)과 단둘이 세상에 던져진다. 다행히 후원으로 운영되는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게 되었지만 아딜은 이사장의 성추행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남매는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서 도망치고 세월은 흘러 성인이 된다.
부자들만 모이는 요양원의 간호사로 일하게 된 시타와 장의사로 일하는 아딜. 그날 이후 시타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며 종교 자체를 불신한다. 환영은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부정하기에만 열중한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이유도 가장 나쁜 놈을 찾아 그 관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지옥에 떨어지기 전 무덤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과정을 담아 증명하려고 한다.
▲ 영화 <고통의 관> 스틸 |
ⓒ IMDB |
그럼에도 하드캐리 '시타'의 아역, 성인 배우 모두 매력적이라 몰입도가 상당하다. 여성이자 동생인 시타가 오빠 보다 강인한 성품을 가졌으며 뭐든 진취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흥미로웠다. 무슬림을 스스로 거부하며 사회 부조리,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모습은 독립적이고 주도적이다. 다만 결말은 어쩌면 계몽적이기까지 한데 각자의 믿음으로 해석해 볼 만하다.
참고로 '조코 안와르'의 작품에 관심이 생긴다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호러 7부작 '조코 안와르: 나이트메어 앤 데이드림]' 추천한다. 인도네시아판 <환상특급>이라 불리는데 SF,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를 다양하게 만나볼 기회다. 인도네시아의 생활, 종교, 가치관 등을 만나보는 색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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