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낙동강 보 녹조물 방류... 이미 늦었다"

윤성효 2024. 8. 18.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일 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구간 답사... 녹조물에서 낚시와 물놀이 하기도

[윤성효 기자]

 8월 18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수문 개방(오전).
ⓒ 윤성효
 8월 18일 낙동강 창녕함안보에 녹조가 섞인 물이 수문을 넘쳐흐르고 있다.
ⓒ 윤성효
강 가까이 가자 지독한 녹조 냄새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죽은 녹조 사체가 마치 유화를 그려 놓은 듯했고, 걸쭉한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또 보 수문 개방이나 월류로 인해 일부 녹조 띠가 형성되어 흐르고 있었다.

18일 살펴본 낙동강이 그랬다. <오마이뉴스>는 낙동강네트워크와 함께 이날 창원 본포생태공원,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구간에 대한 답사를 벌였다. 낙동강 전체 구간이 마치 녹조 배양장처럼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이날 합천창녕보(관리수위 10.5m)와 창녕함안보(5m)는 일부 수문을 열거나 낮춰 물을 방류하고 있었다. 이에 녹조가 섞인 물이 강에서 띠를 형성해 하류로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이노정, 대구달성국가산업단지 취수장, 대구달성 대암 양수장 등 곳곳에 녹조가 심하게 발생해 있었다. 또 창녕함안보 구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녹조가 섞인 물이 논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합천창녕보 상류에 있는 지천으로 유입된 물이 수로를 따라 들판에 흘러들었고, 한참 자라고 있는 벼의 논바닥에도 녹조가 생겨 있었다.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시민들은 낚시를 하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이노정 앞에서는 한 낚시객이 물고기를 잡고 있었으며, 창원 본포생태공원 앞 강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수상스키를 타는 등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 "낙동강 합천창녕보 물 방류 ... 진작에 했어야"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와 지천인 덕곡천 일대에 온통 녹조가 발생했다. 이날 합천창녕보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상류에 발생한 녹조를 하류로 흘러 보내게 된다"며 "진작에 보 수문을 열어 방류를 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촬영-신종규. ⓒ 신종규

낙동강 칠서와 물금·매리 지점은 지난 8일부터 조류경보제의 가장 낮은 '관심' 단계가 지속되고 있다. 조류경보제는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1000세포/mL 이상이면 '관심', 1만 세포/mL 이상이면 '경계', 100만 세포/mL 이상이면 '대발생'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8월 3주차 조류경보제 분석 결과, 낙동강 해평은 5670세포/mL, 강정고령은 1만4990세포/mL, 칠서는 2만613세포/mL, 물금·매리는 3만2991세포/mL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일 공동으로 벌인 낙동강 녹조 모니터링 결과, 남조류 개체수가 강정보 58만8000세포/mL, 대구 화원유원지 26만4000세포/mL, 구지 낙동강레포츠 3만8000세포/mL, 합천 학동저수지 11만8000세포/mL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실질적으로는 이미 일주일 전에 낙동강 유역민들이 남조류 맹독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는 지난 16일 "낙동강 주요 지점에 녹조 발생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긴급 조치를 시행한다"라고 밝혔다. 경남도가 밝힌 긴급 조치는 댐과 보의 방류량을 늘려 낙동강에 발생한 조류 개체수를 신속히 감소하기 위해 비상 방류 조치를 낙동강홍수통제소 등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녹조가 심한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보만 수문을 열거나 낮추어 물을 방류했고 그 상류에 있는 칠곡보, 구미보, 낙단보, 상주보는 닫아 놓았다.

경남도는 "녹조대응 행동요령에 따른 '경계' 단계 조치 사항을 앞당겨 시행해 녹조 원인물질 배출 오염원에 대한 특별 점검 등에 나서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칠서취수장, 물금매리취수장에 각 1대씩 녹조제거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남도는 환경부에 추가 배치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녹조가 생기기 전에 보 수문 열었어야"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대구달성국가산단 취수장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대구달성국가산단 취수장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이날 현장을 살펴본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나날이 낙동강 녹조가 심각해지고 있다. 오늘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가 수문을 낮추거나 열어 동시에 물을 하류로 흘러 보내고 있다"라며 "그런데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상류에 짙은 녹조물을 하류로 흘러 보내, 지금까지 그나마 덜 발생했던 부산권 낙동강에까지 녹조 영향을 받도록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보 수문 개방은 진작에 해야 했고, 잠시 하는 펄스형 방류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개방해서 물이 흐르도록 해야 녹조 발생을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녹조제거선에 대해 임 집행위원장은 "선박이 강을 다니며 녹조를 끌어 올렸다가 상자 안에 붓고 그물망으로 된 천을 통해 걸러내며 다시 물을 강으로 보내는 방식"이라며 "아무 소용 없다. 녹조제거선 바로 옆에 녹조는 그대로 있다. 그야말로 보여주기식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또 녹조 섞인 물이 논에 유입된 현장과 관련해, 임 집행위원장은 "녹조 독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벼를 비롯한 식물도 녹조가 섞인 물로 인해 스며들게 된다"라며 "쌀을 통해 우리의 밥상에까지 올라오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녹조가 섞인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오늘 합천창녕보에 수문을 열었던데, 보 수문은 상시로 열어야지 임시처방으로 한들 녹조 발생을 억제할 수 없다"라며 "결국에는 상류의 심한 녹조가 하류까지 흘러가는 역할을 하게 되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상류에서 녹조가 창궐하기 이전에 진작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대구달성국가산단 취수장 부근의 낙동강 녹조. 물이 빠진 뒤 돌이 녹색으로 변해 있다.
ⓒ 윤성효
"녹조밭 수상스키, 물놀이 ... 국민 건강 모르쇠 하는 정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이날 낸 논평을 통해 "4대강에 창궐한 녹조에 대한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라며 "환경부는 녹조를 제거하겠다며 수차를 돌린다, 녹조 제거선까지 동원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지금도 굳게 닫아걸고 있는 4대강 보의 수문부터 여는 게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일이다"라고 했다.

지난 7월 26일 낙동강 내성천 영주댐의 녹조는 1ml당 190만 셀에 육박했다고 한 이들은 "최상류 보인 상주보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전체 구간에 고농도의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행동은 "청산가리 6000배에 육박하는 독소를 가진 녹조 강에서 수상스키 등의 레저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민들은 녹조 독성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라고 했다.

시민행동은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들의 식수원이자, 농경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고도정수처리해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칫 잘못한다면 식수대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특히 낙동강을 거르지 않고 녹조물로 재배한 채소는 전국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시민행동은 "낙동강은 초속 2cm의 유속으로 내리쬐는 햇볕에 속수무책으로 달궈지고 있다. 수온은 34도를 육박한다. 영주댐은 기온 35도 날씨에 수온 36도로 끓고 있다"라며 "반면, 개방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금강 세종보 구간은 힘차게 강물이 흐르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 국민이 보고 있는 녹조의 창궐은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지금 당장 수문을 개방하고 녹조를 저감시켜야 한다. 6년간 개방을 통해 수문을 열고 닫는 것에 따라 살고 죽는 강을 분명히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4대강 16개 보를 수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19일부터 21일까지 낙동강 하류부터 상류 영주댐까지 "국가가 외면한 국민 안전, 시민이 책임진다"라는 제목으로 현장 조사를 벌인다.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신종규
 8월 18일 합천창녕보(오른쪽 위) 상류 낙동강(가운데)과 지천인 덕곡천(아래)에 녹조 창궐. 왼쪽은 율지교.
ⓒ 신종규
 8월 18일 오후 녹조가 창궐한 창원 본포생태공원 쪽 낙동강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 윤성효
 8월 18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대구달성국가산단 취수장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이노정 앞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이노정 앞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이노정 앞의 낙동강 녹조. 한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다.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 율지교 부근의 낙동강 녹조.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에 있는 합천 덕곡천을 통해 유입된 녹조 물이 벼논에 흘러들어 있다.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에 있는 합천 덕곡천을 통해 유입된 녹조 물이 벼논에 흘러들어 있다.
ⓒ 윤성효
 8월 18일 합천창녕보 상류에 있는 낙동강 지천인 합천 덕곡천에 녹조가 발생해 있다.
ⓒ 윤성효
 8월 18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에 있는 합천 덕곡천을 통해 녹조 물이 유입된 학동저수지.
ⓒ 윤성효
 8월 18일 낙동강 창녕함안보에 녹조가 섞인 물이 수문을 넘쳐 흐르고 있다.
ⓒ 윤성효
 8월 18일 낙동강 창원 본포생태공원 쪽 녹조.
ⓒ 윤성효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