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조형물, 5년째 방치…흉물 된 200억짜리 충북 테마파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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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끊긴 보은 ‘펀파크’ 5년째 방치
18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 길상리에 있는 ‘보은 펀파크’. 놀이시설과 공연장, 정크아트(Junk art)등 예술작품을 갖춘 복합단지다. 2012년 4월 문을 연 뒤 한때 어린이 체험학습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사람 발길이 끊겨 흉물처럼 변했다. 정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일부 조형물은 녹이 슬거나 쓰러져 있었다. 이 단지의 랜드마크였던 펭귄 전망대는 간판이 떨어지고, 걷어낸 바닥재가 엘리베이터 앞을 막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해 동안 관리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건물 뒤편과 창고 안에 폐자재·의자·물병·전선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어린이들이 타고 놀던 전동 자동차와 운영업체가 쓰던 오토바이는 고장 난 채 정크 아트 부속물과 한데 엉켜있었다. 덩굴 식물이 일부 건물을 덮었고, 식당 안 테이블에는 먼지가 수북했다.
펀파크는 보은군이 203억원을 들여 만든 민관 합작 관광시설이다. 보은군에 따르면 펀파크 조성에 국·도비와 군비 등 세금 129억7900만원을 썼다. 펀파크 운영을 맡은 민간업체가 정크 아트 등 작품 설치와 인테리어 비용으로 74억원을 투입했다. 5만9752㎡ 부지에 전시체험관, 바이크 경기장, 모형자동차 경기장, 하강레포츠 시설 등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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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코로나19 겹치며 경영난 악화
펀파크에 찬바람이 불어닥친 건 안전사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다. 펀파크에서는 2015년 2월 하강 레포츠 시설을 이용하던 어린이 1명이 땅에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17년 6월까지 휴장했다. 이후 농촌 휴면공원 콘텐트사업 추가 공모에 뽑혀 2019년까지 재개장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2020년부터 5년째 방치 상태다.
군은 2022년 하반기부터 펀파크 운영업체인 A사와 펀파크 재개장 논의를 했으나,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당시 미디어아트, 반려동물원, 목공예·도자기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카페 운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보은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A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펀파크 운영을 미루고 있다”며 “휴장이 장기화하면서 시설이 낙후하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폐허처럼 변한 펀파크를 두고 민원도 접수됐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펀파크 개장 당시 운영업체로 A사를 선정했다. A사는 2012년~2032년까지 20년간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받았다. 군 소유 시설 사용료로 A사는 연간 4500여만 원을 내기로 협약했다. 보은군은 지난 4월 A사와 맺은 협약을 12년 만에 해지하고, 공유재산 사용허가 취소도 통보했다. 또 협약 조건에 따라 정크아트, 시설 집기 등 민간시설 철거 명령을 내렸다. 군 관계자는 “A사가 2022년 하반기부터 3년 넘게 임대료 1억8300만원을 내지 않았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펀파크 운영을 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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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계약 해지 통보에 운영사 행정소송
이에 반발한 A사는 지난달 12일 법원에 보은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펀파크 운영 계약해지와 철거 이행 조처가 이뤄지면 투자 비용 손실이 크다는 이유다. 김응철 보은군의회 부의장은 “코로나19 사태 직후라도 군과 A사가 머리를 맞대고 활성화 방안을 찾았더라면 펀파크 방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속리산과 연계한 관광시설로 펀파크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연수 보은발전포럼 대표는 “기존 시설에 아쿠아리움을 더해 활성화를 도모한 ‘충북 괴산 수산파크’ 사례처럼 보은군이 더 적극적으로 펀파크 활성화에 나섰어야 했다”며 “펀파크 인근에 있는 국민여가캠핑장과 낙화장을 잇게 되면 아이들 체험 학습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군은 A사와 행정소송이 끝나는 대로 펀파크 활용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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