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전당대회' 악몽 재현되나…'해리스 대관식' 반전 시위 비상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대선 출정식이 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리노이주 시카고가 들썩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에는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약 4700명의 당 대의원, 1만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 미디어 취재진 등 수만 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전대 기간에 맞춰 친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대규모 가자지구 반전 시위를 예고한 상태여서 비상이 걸렸다. 미 전역에서 200개 이상 단체가 참가한 ‘DNC 행진(March on the DNC)’은 전대 첫날과 마지막날 수만 명이 참여하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지지 및 가자 종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인데, 이민자나 노동자, 성소수자 권리를 요구하는 주장도 이 기간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 중 하나라는 점에서 외면하기만은 어렵다. 하지만 ‘해리스 대선 후보 옹립식’으로 치르면서 컨벤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던 전당대회가 시위로 얼룩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특히 베트남 반전 시위가 한창이던 1968년 이른바 ‘피의 전당대회’가 56년 만에 재현될지 우려하고 있다.
1968년에도 반전시위 확산
1968년 8월 말에도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대가 열렸는데, 반전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여러 차례 있었다. 전대 하이라이트인 대통령 후보자 수락 연설이 잡힌 4일차 마지막 날에는 약 5000명의 반전 시위대가 민주당 본부로 사용되던 콘래드 힐튼 호텔(현 미시간 힐튼호텔) 앞까지 진출했고, 해산을 시도한 경찰과 충돌하며 유혈 사태로 번졌다.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가장 폭력적인 전대’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당시 전대 전 민주당 소속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했고, 대학가에서 반전 시위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지금과 닮았다.
시카고 시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치안 강화에 나섰다. 전대 주 행사장인 유나이티드센터 주변 도로는 17일 오후 7시부터 폐쇄됐고, 행사장 인근 도로 곳곳에는 펜스가 설치돼 자동차 운행을 막았다. 행사장 인근 지역에서는 차량 검색이 진행되고 보행자 출입도 제한하고 있다. 래리스넬링 시카고 경찰청장은 “(이번 전대를 앞두고) 2500여명의 경찰이 40시간의 훈련을 받았다”며 “행사 기간 중 기물 파손이나 폭력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이 총출동해 해리스에 힘을 싣는 이번 전대를 최고의 축제로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2016년 트럼프와 맞선 대선에서 투표일 직전까지 앞서는 흐름이었으나 승리에 필요한 대의원단 과반 확보에 실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찬조연설을 통해 반면교사의 교훈을 들려줄 예정이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연설은 각각 19일, 20일로 잡혀 있다. 21일은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후보 수락 연설이 있고, 마지막 날인 22일 해리스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선벨트’ 표심, 해리스ㆍ트럼프 ‘박빙’
앞서 NYTㆍ시에나대가 지난 10일 공개한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오대호 주변 공업지대)로 불리는 경합주 3곳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서 해리스는 50%로 트럼프(46%)를 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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