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인간사냥" 공격에도…檢 '文사위 특채 의혹' 수사 침묵 왜

김준희 2024. 8. 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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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19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계 의원 30명 "정치 보복" 반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44)씨의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방검찰청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씨 자택 압수수색, 문 전 대통령 부부 계좌 추적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통상적인 절차를 밟는데도 이런 내용이 알려질 때마다 야당에서 "인간 사냥" "김건희 여사 수사 물타기용" 등 집중포화를 퍼붓기 때문이다. 정작 검찰은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고 항변할 뿐 말을 극도로 아끼는 이른바 '입꾹닫(입을 꾹 닫는다)'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8일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민형배·고민정·윤건영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 27명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검찰이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계좌를 조사한 것에 대해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며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은 스토킹 수준으로 관련자들을 탈탈 털면서 억지 수사를 4년 동안이나 해 왔다"며 "전(前) 대통령 사위가 취직해 월급을 받는 게 뇌물이라면, 대통령 가족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은 "검찰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이스타항공 운영을 둘러싼 횡령·배임·부정 채용, 타이이스타젯 배임, 전 대통령 사위 부정 채용 사건 등의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수사상 필요성과 공소시효 임박 여부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수사 및 공소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스토킹 수준으로 수사했다" "검사가 참고인에게 '문 전 대통령을 잡아넣어야겠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이상직 전 의원을 협박했다" 등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계좌를 조사한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배·정태호·고민정·윤건영·민형배·이용선·진성준 의원. 연합뉴스


前사위 3차례 참고인 조사서 '묵비권'


검찰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할수록 야당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앞서 검찰이 지난 1월 16일 서씨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이튿날 민주당 친문계 의원 30명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 대통령을 향한 무도한 정치 보복을 멈추라"고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서씨는 전주지검에서 지난 1월 19일, 2월 7일, 2월 14일 세 차례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

지난 5월 12일에도 친문계 국회의원 당선인 26명은 "검찰이 다혜씨 주변인까지 무분별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검찰이 2018~2020년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당시 남편 서씨·아들과 함께 태국에 머물 때 최소 3명 이상의 청와대 직원과 돈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반발은 더 심해졌다.

지난 3월 2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구성동구 갑과 을에 각각 출마한 전현희 후보와 박성준 후보 지원 유세에 참석,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기소 결정 임박…검찰 흔들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11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일 검찰의 참고인 출석 요구를 알리며 "먼지떨이식 수사"라고 발끈했다. 임 전 실장은 2017년 말 열린 청와대 비공식 회의에서 조현옥 전 인사수석 등과 함께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내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은 해당 글에서 검찰 소환엔 응하되 진술은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의 잇따른 '검찰 때리기'를 두고 여당에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 시기가 임박하자 이를 막기 위한 '검찰 흔들기'로 보고 있다. 검사장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사건은 2019년 국민의힘이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이 투자한 회사'라고 주장하며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며 "당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국회에 나와 '두 회사는 전혀 관련 없는 회사'라고 거짓말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타이이스타젯은 이상직 전 의원이 세운 회사라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부 때 검찰 수사가 전혀 진척 없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야 본격화됐다"며 "누가 봐도 이 전 의원이 당시 문 대통령을 위해 사위를 (본인 항공사에) 부당하게 채용했고 민주당 공천(전북 전주시을)까지 받았는데, 이걸 가지고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 전 대통령이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2020년 9월 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진짜 오너' 이상직 의원이 605명의 노동자 정리 해고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의혹 제기…文정부 "특혜 없어"


실제 2020년 3월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사위 취업 청탁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 가족은 아들·딸·며느리·사위 누구도 특혜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도 "이스타항공은 태국 현지에 투자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는 지난 1월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과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에 대해 "피고인(이상직)은 이스타항공 그룹 창업자이자 총수로서 이스타항공을 포함한 관계 회사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독단적으로 타이이스타젯 설립을 결정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한편 전주지검이 수사 중인 '항공사 특혜 채용 혐의 등 전직 대통령 자녀 해외 이주 지원 사건'은 2018년 3월 이상직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뒤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서씨를 같은 해 7월 본인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부정 채용한 뒤 급여(월 800만원)와 가족 주거비 등을 지급했다는 게 핵심이다. 2019년 국민의힘이 처음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시민단체가 2021년 12월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뒤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전주지검장은 배용원→문성인→문홍성→이창수→박영진 등 5명이 바뀌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5월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진(가운데) 신임 전주지검장이 지난 5월 16일 전주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수 떠난 뒤 수사 주춤…김민전 "확 불이 꺼져"


지난해 9월 전주지검장에 부임한 이창수 검사장이 같은 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중진공·인사혁신처 등 6곳을 압수수색하고,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 등 전 정부·청와대 인사 라인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지난 5월 이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수사가 다시 제자리걸음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된 문 전 대통령 부부 계좌 추적용 압수수색 영장도 이 검사장이 수사를 지휘하던 지난 1월 법원에서 발부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민전(비례대표)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하게 비등점(끓는점)까지 올랐다가 순식간에 확 불이 꺼져버린 상황"이라며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은 신속하게 수사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지나친 관심이 애로 사항"


일각에선 임 전 실장 출석 요구 시점이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내정 시점과 맞물리면서 "신임 총장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 관계자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며 "소환 일정이 공교롭게도 겹쳤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수사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게 애로 사항이지만, 일일이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일체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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