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의 올림픽 중계 도전, MBC의 무리수였던 이유
[김상화 기자]
▲ MBC '나 혼자 산다' |
ⓒ MBC |
이를 위해 각 방송사는 캐스터와 해설자 선정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장기간 준비를 거쳐 생방송 중계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MBC는 경쟁 채널 대비 시청률 우위를 점하면서 선전을 펼쳤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김대호 아나운서의 중계를 두고 많은 시청자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스포츠 전문 캐스터는 아니지만 MBC는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한 각종 예능으로 다져진 김대호 아나운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화제성을 확보하려 했다. 과감히 그를 배드민턴 중계에 투입했지만, 아쉬운 점도 상당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도 이러한 점이 드러났다.
▲ MBC '나 혼자 산다' |
ⓒ MBC |
문제는 실제 방송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16강, 8강 등을 혼동하는가 하면 스매시, 클리어 등 배드민턴 기초 용어 나열하기 급급한 중계로는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4강, 결승전 등 중요한 경기는 자사 소속 김나진 아나운서와 프리랜서 김성주 아나운서 등 스포츠 전문 인력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날 <나 혼자 산다>에선 이번 올림픽 중계를 위한 준비 과정, 파리 도착 후의 다양한 모습을 영상이 소개됐다. 다만, 실제 중계방송 부진의 여파가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에서 "예능보다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MBC '나 혼자 산다' |
ⓒ MBC |
그리고 현재 지상파 TV는 전문 스포츠 캐스터 육성이 쉽지 않은 방송 매체이기도 하다. 예전 8090 시대엔 지상파 아나운서를 해야 스포츠 중계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장 3사 채널에선 평소 올림픽-월드컵 같은 큰 대회 외엔 이렇다 할 스포츠 중계방송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스포츠 중계에 특화된 아나운서 육성이 과거만큼 수월하기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케이블 TV 및 OTT 전문 채널에선 매일 다양한 종목 중계가 이뤄지기에 자연스럽게 중계진 및 해설 인력의 육성과 활용이 훨씬 더 많이 이뤄진다.
그 결과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같은 대규모 대회를 위한 인력 확보를 위해 KBS-SBS 등은 이동근-정우영-윤성호 등 계열사 스포츠 채널 소속 캐스터들을 대거 활용해 방송을 진행한다. 프리랜서 김성주 아나운서만 보더도 과거 MBC 입사전 케이블 스포츠 채널 캐스터로 주 6일 프로야구 생중계 강행군을 거친 경험이 지금의 밑거름이 되었다.
▲ MBC '나 혼자 산다' |
ⓒ MBC |
사실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처음 스포츠 캐스터에 도전한 전현무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프로그램을 통해 역도 박혜정 선수와의 인연을 맺으며, 비인기 종목을 위한 응원하는 등 '진정성'을 강조한 KBS의 기획이 좋은 반응으로 연결됐다. 반면 MBC는 초보 캐스터라는 단점을 만회할 만큼의 또 다른 기획력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아나운서의 인지도, 호감도에 의존한 선택이 패착이 된 셈이다.
다행히 MBC는 김성주 캐스터를 비롯한 다른 중계진이 담당한 여러 종목 방송이 선전을 펼쳤다. 다만, KBS 처럼 선수 출신 해설위원의 도움을 수시로 얻을 수 있게 하거나 김대호를 경기 중계 대신 패션모델 이현이-송해나처럼 올림픽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MC로 활용했더라면 어땠을까.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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