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아버지"라 부르는 이종찬과 역사충돌…尹도 "이해 안돼"

박태인 2024. 8. 18. 1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 1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뒤 이종찬 광복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경축식엔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입문’ 멘토로 불렸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윤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회장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겨냥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고 공격하고, “윤 정부가 ‘1948년 건국론’을 조장한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야당도 비슷한 논리로 협공하는 모양새다.

파열음이 커지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이 회장에게 전달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결국 광복회 역사상 처음으로 8·15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다. 이에 최근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왜 이러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1973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이 단짝 친구들과 함께 찍은 대광초 졸업식 사진. 좌측부터 재미철학자 고(故) 김원유 교수, 윤 대통령,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 대통령의 은사인 이승우 선생님. 사진은 윤 대통령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 대통령은 평소 이 회장을 ‘아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한 관계였다. 또 이 회장의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의 57년 지기 죽마고우로 서울 대광초와 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녔다. 이 교수는 대선 당시 캠프 싱크탱크인 미래비전위원회 간사를 맡아 윤 대통령을 돕기도 했다. 이 교수의 부인은 지영미 현 질병관리청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 전 이 회장과 이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고, 당선 직후에도 식사를 대접했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런 오랜 인연을 충돌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YTN라디오에서 “김 관장 임명을 반대하는 서신을 (윤 대통령에게) 3차례나 보냈다”며 “그런데 딱 전자결재로 (김 관장) 발령을 내더라. 모욕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여전히 윤 대통령을 아들 친구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제79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가 주최한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 정부와 이 회장의 ‘역사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재직 당시 보훈부가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고, 이승만 기념관을 추진할 때도 이 회장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백 장군에 대해선 “친일문구 삭제를 원상 복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승만 기념관을 놓곤 “신격화 괴물기념관 반대”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독립유공자 후손 오찬 당시 참석한 이 회장에게 “(이승만 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인) 김황식 전 총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은 “팔 걷어붙이고 돕겠다”고 물러섰고,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갈등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 회장을 놓고 “대통령실 참모들이 하지 못하는 쓴소리를 대신 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4선 의원 출신인 이 회장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행보를 한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는 이번 독립기념관장 인선 논란에 대해 “이 회장이 추천한 인사가 탈락했기 때문”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회가 별도로 주관한 경축식 행사에서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