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생긴 5㎝ 흉터, 한 개면 연금 못 준다? 법원 판결은
군 복무 중 생긴 상처가 ‘한 개냐 두 개냐’를 놓고 상이연금 지급 분쟁을 벌이던 국방부를 향해 “입법 취지에 반한다”며 연금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판사 손인희)은 군인 A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상이등급결정취소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1999년 8월 임관해 특수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1년 훈련하다 사고로 이마에 Y자 형태의 상처가 났다. 이에 A씨는 상이연금을 신청했지만, 국방부는 2023년 4월 “두 개 이상의 선상흔이 서로 인접해 한 개로 보일 때는 길이를 합산해 평가하는데, 측정된 길이가 5㎝ 미만으로 확인돼 상이등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군인재해법 시행규칙 8조상 ‘안면부에 5㎝ 이상의 선모양의 흉터가 있는 경우’는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하며 ‘두 개 이상의 선 모양의 흉터가 서로 인접해 한 개로 보일 때는 면적과 길이 등을 합산하여 평가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처분이었다.
하지만 A씨는 2022년 12월에 이미 병원에서 “(Y자) 흉터 중 이마 부위 흉터는 4㎝, 미간 부위 흉터는 1㎝로 두 개의 선 모양 흉터를 합쳐 5㎝ 흉터로 간주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이에 “흉터 길이는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5㎝”라며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의위원회를 거쳐 행정 소송에 이르게 됐다
A씨 불복 후 국방부도 양측 길이의 합산이 5㎝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대신 다른 논리를 폈다. “Y자 형태의 흉터는 두 개 이상의 흉터가 한 개의 상처로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흉터이므로 길이가 긴 흉터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긴 쪽만 재면 4㎝이므로 상이등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두 개인데 한 개로 보이는 상처’냐 ‘그냥 한 개인 상처’냐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먼저 “Y자 모양 흉터가 하나의 흉터라고 단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설령 한 개의 흉터더라도, 군인재해법 입법 취지는 흉터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장애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한 개의 흉터인 경우’ 길이가 긴 흉터를 기준으로 하고 ‘한 개의 흉터로 보이는 경우’ 각 흉터의 길이를 합산하는 건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군인재해법 시행규칙은 “‘두 개 이상의 선상흔이 인접해 한 개의 선상흔으로 보일 때 길이를 합산한다’라고만 규정할 뿐, 이 규정이 ‘한 개의 흉터의 경우 길이가 긴 흉터만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국방부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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