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제도 의무화됐지만…높아지는 '눈치' 허들[찐비트]

정현진 2024. 8.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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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임신·육아 공무원을 위한 관련 제도 의무화에 나섰다.

이렇게 거국적으로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적 제도들이 실시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동료들의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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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임신·육아 재택근무 의무화 나서
눈치 해결하려 했으나 동료 등 반발도
인식 개선 없는 투박한 접근은 저출산 심화

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임신·육아 공무원을 위한 관련 제도 의무화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8살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의 주 1회 재택근무 의무화를 실시했다. 육아 공무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조치였다. 대전시도 같은 날부터 임산부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를 의무화했고,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원은 주 1회 또는 월 4회 이상 육아시간을 의무 사용하도록 했다. 대상 공무원 수만 임신 공무원 33명, 육아 공무원 376명 등 400명이다. 충남도도 지난달부터 2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 대상으로 주 1일 재택근무를 의무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거국적으로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적 제도들이 실시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동료들의 '눈치'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육아휴직 제도가 40년 가까이 지나도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건 눈치의 영향력 때문이다. 임신·출산·육아가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업무 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면 상사, 동료에게 민폐가 된다고 생각해 눈치 보느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육아휴직뿐 아니라 임신기 단축근무, 육아시간 특별휴가 사용 등 제도가 갖춰져도 눈치에 발목이 잡힌다.

눈치의 영역은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임신기 단축근무, 육아휴직에 이어 난임 휴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그마저도 눈치 때문에 사용하기 쉽지 않다. 난임 카페에는 난임 휴가는 물론 연차를 사용하는 것 자체로도 눈치가 보여서 퇴사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수두룩하다. "난자 채취 날짜를 딱 맞춰야 하는데 상사가 '꼭 연차 써야 하냐'라고 해 사정을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회사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식이다. 그야말로 '눈치와의 전쟁'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제도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끔 하는 조치는 이러한 눈치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으로 평가받는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이라는 응답이 항상 1위로 꼽힌다. 지자체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든 임신·육아 관련 제도를 의무 사용으로 돌린 이유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무턱대고 의무화를 도입했다가는 조직 내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무화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 보는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 육아기 재택근무 의무화 기사에 "현장 가야 하는 일은 그럼 다른 사람이 가란 거냐"라는 댓글이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워킹맘·대디가 적으로 여겨지는 투박한 의무화 도입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독이 될 뿐이다. 이러한 갈등은 전반적으로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확대해 저출산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최근 수년간 임신·출산·육아 문제에 '진심'인 포스코는 지난달 육아휴직이라는 단어를 '육아몰입기간'이라고 바꿔 부르기로 했다. 휴직이라는 용어 때문에 쉰다는 인식으로 사용에 눈치를 보는 직원의 사정을 고려한 조치다. 또 회사가 육아를 직원의 경험으로 인정해준다는 인식을 반영하고자 했다. 제도를 의무화하더라도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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