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소나무도 죽었어요"…문경∙울진∙봉화 군락지 위험하다 [르포]
지난 15일 오후 경북 문경시 문경읍 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 광복절 휴일을 맞아 문경새재를 찾은 방문객이 북적이는 가운데 주흘관 인근 기암절벽 꼭대기에 소나무가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녹음이 우거진 다른 소나무 사이 홀로 앙상하게 말라버린 소나무였다.
이 소나무는 과거 TV가 24시간 방송을 하지 않을 때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흘러나오던 애국가 영상에 등장했다. 애국가 2절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구절이 나올 때 소나무를 한 그루 보여줬는데 문경새재 1관문 성벽 옆 소나무도 그중 하나였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측은 이 소나무가 보이는 곳에 안내판을 설치해 홍보하기도 했다.
울진·봉화·문경 등 소나무 고사
하지만 2년 전부터 이 소나무가 말라가기 시작했다.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탓에 수분 스트레스에 취약해 수세(樹勢)가 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잎이 조금씩 누렇게 말라가면서 문경새재도립공원 측은 영양제나 생육증진제를 주고 원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새롭게 난 뿌리를 제거하는 등 조치를 했지만 결국 소나무는 고사했다. ‘애국가 소나무’를 알리던 안내판도 철거됐다.
특히 심각한 곳은 금강소나무 군락이 펼쳐져 있는 경북 울진과 봉화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말까지 고사한 울진·봉화지역 금강소나무는 6025그루로 집계됐다. 2020년 말까지 고사한 4934그루보다 1091그루(22.1%) 증가한 수치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유전자원보호구역인 소강리 3705㏊에 수령 200년 이상인 금강송이 8만5000여 그루 있다. 금강소나무는 금강석처럼 아주 단단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왕소나무’도 수세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왕소나무는 산봉우리 정상부에 14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금강송으로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된다. 다른 소나무보다 크고 위풍당당한 형태여서 대왕소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기후변화 따른 수세 약화 원인”
산림당국은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대표 보호수인 대왕소나무에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종합 보호조치에 나섰다. 지난달 긴급 진단을 통해 소나무좀 등 병해충 침입을 확인, 긴급 방제를 했다. 또 전문가 의견에 따라 대왕소나무 주변 고사목을 제거하고 양분을 공급했다.
울진군의회도 산림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울진군의회 의원들은 울진국유림관리소와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방문해 대왕소나무 관리를 위한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군의원들은 울진국유림관리소로부터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대왕소나무 현재 상태와 대응계획 등을 보고받은 뒤 금강소나무 군락지 현장을 방문했다.
‘대왕소나무’ 후계목 조성 방침
김정희 울진군의회 의장은 “600년 된 대왕소나무는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귀중한 유산"이라며 "산림당국은 물론 울진군민 지혜를 모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경=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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