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온상·허황경제" 시진핑에 찍힌 中금융…연봉도 토해낼 판 [글로벌리포트]
" 학생과 동문이 직업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 지난달 6일 중국 상하이교통대 고급금융학원(SAIF) 졸업식. 졸업사에 나선 리펑(李峰) SAIF 부원장은 금융을 가치 없고 불필요한 비용으로 여기는 생각이 많아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금융도 (당국이 강조하는)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 발전의 원동력이므로 일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리 원장의 격려가 졸업생에게 어떻게 들렸을 지 의문이다. 같은 달 21일 중국 공산당이 공개한 3중전회 결정문에는 “위험 방지를 위해 모든 금융 활동을 (공산당) 감독하에 두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내 최고 인기 직업이었던 금융업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당국은 금융 분야 전담 반부패 기구를 만들어 대규모 사정(司正)을 벌이고, 보너스 반납과 급여 삭감에 나섰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위기가 이어지면서 금융권 고액연봉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금융을 실물경제에 기생하는 허황된 경제라 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인식이 더해지면서 ‘금융 때리기’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3중전회 직후 전담 반부패기구 설립
중국의 금융 분야 고삐 죄기는 3중전회 종료 후 강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2일 공산당 최고 사정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 분야를 전담하는 반부패 기구인 ‘중앙금융기율검사감찰공작위원회’ 설립 사실을 공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방대한 금융 분야 부패를 잡기 위한 전담 기구 설립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앙기율위는 3중전회 직후 신규 위원회 설립을 발표해 자신들이 공산당의 핵심 방향에 발맞추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은 3중전회 결정문을 통해 금융법 제정 계획을 알렸다. 새 금융법에선 모든 금융 활동을 당의 감독·관리 영역에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시장을 통째로 관리해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고, 산업 자본·금융 자본 간 위기 확산을 막는 방화벽도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내세운 게 부패 척결이다. 공산당은 “집중된 권력, 집약적 자본, 풍부한 자원이 모인 분야에 대한 부패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년 6개월간 금융인 130여명 체포
여기엔 시 주석이 주도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 정책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은 공동부유로 서구와 다른 중국 특색의 현대적 금융 시스템을 건설한다면서 금융을 옥죄고 있다”고 전했다.
연봉 5.5억 넘으면 몇 년 전 것도 반납
대중의 부정적 인식도 금융업이 설 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한동안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업 종사자에 대한 시각이 악화했다. 일부 금융업 종사자들이 벌인 연봉과 재산 과시 행위가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22년 7월 국유 투자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서 일하는 한 젊은 트레이더의 부인이 중국 SNS 샤오홍슈(小紅書)에 “93년생 남편의 수입 수준”이라며 8만2500 위안(약 1600만원)이 찍힌 월급 명세서를 공개한 일이다. 여론이 심각해지자 CICC는 해당 직원을 정직하고 급여를 50% 삭감했다.
이후 금융권 연봉 제한이 시작됐다. 2022년 중국 재정부가 금융기관 임직원의 고연봉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올해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금융업계 종사자의 연봉 상한을 300만 위안(약 5억 7000만원)으로 정하고 이를 국유은행, 증권사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상한 규정은 소급적용 돼 지난 몇 년 동안 높은 연봉을 받은 이들이 초과분을 회사에 반납해야 할 처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일부 국유 자산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들이 연봉 상한선인 290만 위안(약 5억5000만원)의 초과분을 반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올해 보너스 지급도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中 중소은행, 두 달 만에 60여개 사라져
당국도 리스크 해소를 위해 부실 은행을 솎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업은행의 부실채권(NPL·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 연체한 대출 채권) 규모는 3조 2300억 위안(약 61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은행의 부실대출 비중은 40%를 넘는다”며 “시 주석의 주요 관심사인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금융을 기생·허황 경제로 생각”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시 주석은 국가의 힘은 첨단기술·제조업 같은 ‘실제 경제(real economy)’에 달려 있고 ‘허황된 경제(illusory economy)’인 금융은 번영과 성장에 잘못된 인상을 심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 비전에 따라 중국 금융은 계속 위태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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