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취업난에 짓눌려…연애에 돈 안 쓰는 中 Z세대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일자리 박람회장을 찾은 중국의 절음이들. 로이터연합뉴스

불경기와 취업난에 시달리는 중국의 청년들이 더이상 연애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은 지난 7일이 중국판 발렌타인데이인 칠월칠석이었지만,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장미꽃다발이나 명품 핸드백 등 화려한 선물이나 고급 레스토랑 식사 등을 자랑하는 사진 대신 경기침체와 취업난에 대한 불만이 올라왔다고 최근 보도했다.

웨이보에선 ‘중국 발렌타인데이에 소비 급락. 젊은이들이 사랑세 내기 꺼리나’라는 해시태그가 1위 트렌드 이슈가 됐고 조회수는 2억건을 넘어섰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칠월칠석이 예년처럼 활기차지 않다. 거의 황량한 느낌”이라고 썼고 일부 꽃집 주인은 샤오홍슈에 손님이 너무 없다면서 팔리지 않은 장미가 매장에 가득한 사진을 올렸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칠석에 큰돈을 쓰던 젊은이들이 지금은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정서가 매우 나쁘고 소비자들이 보수적”이라며 “부정적인 정서가 전반적인 패턴이 됐다”고 CNN에 말했다.

투자중개회사 IG의 옙준롱은 “이번 지출 감소가 지난 2년간 목격된 약한 소비 추세와 일치한다”며 “중국의 소비자 신뢰도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코로나19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달 4.9% 하락해 13개월 연속 하락과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주택 가격은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에 진출한 서구 기업들은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광고대행사 WPP는 중국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분의 1로 급락했고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보석 등급 다이아몬드 수입은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감소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올해 2분기 150억 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199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중국 민정부(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총 343만쌍이 결혼했는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결혼을 장려하지만, 누리꾼들은 과도한 부채와 장시간 노동 등 결혼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한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996007’이 일반화돼 있고 수만 위안의 빚을 지고 있는데 데이트할 기분을 날까요”라고 질문했다. ‘996’은 주 6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 것, ‘007’은 휴일 없이 매일 일하는 것을 가리킨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