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의 배신…당신 '성대' 망치고 있다, 왜
재발 잦은 목소리 질환
목소리는 폐에서 나온 공기가 후두의 성대를 진동시켜 발생하는 공기의 파동이다. 성대는 주기적인 개폐 운동을 하고 성대 사이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이 주기적으로 끊어지면서 목소리가 만들어진다. 호흡·발성 기관이나 인두, 구강 조건이 제각각이라 지문처럼 개인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다. 음성 질환은 이런 해부학적인 요소에 이상이 발생해 발성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음성에 변화가 나타나는 병이다. 성대 결절·폴립이 대표적이다. 음성 건강은 원만한 대인 관계와 사회생활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아무리 건강해도 의사소통을 하지 못해 위축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박모(여·38)씨는 몇달 전 갑자기 목에 가래가 낀 것처럼 답답하더니 목소리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콧물·발열 증상은 없었지만 감기인가 싶어 약을 먹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오랜만에 친지들을 만났는데 목소리가 이상하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했다. 시간을 내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검사한 결과 성대 폴립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고 발성 교정을 해봤지만 차도가 없어 결국 폴립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평범한 워킹맘인데 성대 폴립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요샌 재발이 안 되게 하려고 목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작년 성대 폴립·결절 환자 11만명 넘어
음성 질환은 가수·교사·성우처럼 목을 많이 쓰는 특정 직업군의 직업병으로만 인식했다. 이제는 취미생활이 다양해지면서 일반 회사원이나 주부, 자영업자 혹은 육아를 전담하는 부모, 활동적인 어린이 등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란 경각심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대 폴립·결절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인원은 11만 명이 넘는다.
성대 폴립은 잘못된 발성으로 성대에 혹이 생긴 경우다. 과격한 발성 탓에 순간적으로 성대에 무리가 가해져 점막의 작은 혈관이나 조직이 손상된 결과다. 초기엔 붉은색을 띠나 시간이 갈수록 맑은 색의 물혹으로 변한다. 성대 폴립이 생기면 양쪽 성대가 충분히 접촉하지 못해 쉰 목소리가 난다.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고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소리가 나기도 한다. 목에 이물감을 느껴 기침을 자주 하고 혹의 크기가 커지면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다.
성대 결절은 성대의 반복적인 마찰로 성대가 맞닿는 부분에 굳은살이 생긴 질환이다. 호흡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성대를 혹사하는 무리한 발성이 원인이다. 마찬가지로 쉰 목소리와 목소리 변화, 목의 불편감과 통증을 느끼고 고음에서 분열되거나 부드럽지 못한 소리가 나는 증상을 호소한다. 성대 폴립은 주로 성대 한쪽에 먼저 발생하고 성대 결절은 양측 동시에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수일 교수는 “성대 폴립은 목을 자주 사용하지 않더라도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지속적인 기침 후에 성대가 자극을 받아 발생할 수 있다”며 “성대 결절은 지속해서 목을 사용하면 발생하기 쉬운 질환이다. 여러 직업에서 목소리 사용 빈도가 높기 때문에 환자 수가 더 많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를 갑자기 많이 쓰거나 감기에 걸려도 쉰 목소리가 날 수 있으나 대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낫는다. 그러나 2주가 지나도 쉰 목소리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음성 질환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대는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부위다. 진단을 위해서 후두 내시경을 이용해 성대의 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화상회선경술로 성대의 진동 양상과 점막을 좀 더 세밀하게 확인한다. 음성음향검사로 음성 상태를 분석해 발성 기능의 정도, 발달 상태를 살피기도 한다.
초기에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단기간에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치료는 가능한 한 말을 줄이는 성대 휴식이 기본이다. 이때 약물치료와 식습관 개선을 병행한다. 술·담배를 끊고 기름기가 많거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며 자기 전 식사를 자제하는 식이다. 음성 질환은 잘못된 발성법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잘못된 발성을 올바른 방법에 따라 교정하고 성대 접촉을 유도하면서 호흡 조절 능력을 강화해 호전을 기대한다. 오래된 성대 폴립과 결절은 수술을 고려한다. 김 교수는 “소아는 지속해서 성대가 성장하고 있으므로 성대 점막에 수술을 시행해 손상을 가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고 음성 치료와 음성 휴식을 통해 대부분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음성 치료로 호전될 수 없는 병변에 한해 후두 미세 수술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후두 미세 수술은 마취 후 입안으로 후두경을 넣어 성대를 관찰할 수 있게 한 뒤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서 병변을 제거한다. 수술 후엔 가능하면 일주일 정도 음성 사용을 자제하고 술이나 담배, 커피를 금해 수술 부위가 깨끗하게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후에도 한달가량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발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주 상태서 큰 소리 내면 더 많은 손상
음성 질환은 재발이 잦은 편이다. 음성을 오남용해 성대 점막이 지속해서 자극을 받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윤세 교수는 “목이 쉬는 느낌이 있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음성 사용을 자제한다”며 “음주를 하면 성대가 부은 상태가 되면서 발성할 때 성대에 더 많은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소리로 말하고 웃거나 울기를 피한다. 운동 경기를 응원하거나 콘서트를 관람할 때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게 좋다.
시끄러운 곳에선 대화하지 않고 멀리 있는 사람을 큰 소리로 부르기보다 가까이 가서 부르거나 옆 사람에게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전화 통화를 오래 하거나 노래·콧노래를 부르는 것도 삼간다. 흔히 속삭이는 것이 목소리를 부드럽게 내는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성대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좋지 않은 말하기 방법에 해당한다. 습관적으로 목청을 가다듬는다거나 헛기침하는 행동, 무거운 물건을 밀거나 드는 행동 역시 성대의 과도한 충돌을 유발하므로 피한다.
후두를 건조하지 않고 부드럽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카페인, 항히스타민제처럼 후두를 건조하게 할 수 있는 약제나 음료는 피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되 유제품은 가래를 생기게 해 헛기침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따뜻한 물에 축인 수건으로 입 주변을 감싸고 숨을 깊이 들이마셔 가능한 많은 수증기를 들이마시는 습포법도 실천하면 도움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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