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산골 6만명 몰려갔다…'조식 1시까지'라는 웰니스 성지 [비크닉]

유지연 2024. 8.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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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플레이스

「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를 설명하고, 태도와 세계관을 녹여내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하죠.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굳은 허리 근육을 풀어주세요” " 198㎡(60평) 규모 널찍한 공간을 가득 채운 50여명이 제각기 요가 매트 위에서 폼롤러와 씨름하고 있다. 창밖의 울창한 산세가 아니라면 흡사 도심지의 인기 좋은 피트니스 센터라고 해도 좋을 만한 열기다. 그런데 이곳은 강원도 정선군. 서울에서 약 세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도착하는 외딴 산골이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한 파크로쉬 웰니스앤리조트에서 진행되는 듀오볼 테라피 모습. 사진 파크로쉬


강원도 진부역에서 정선군으로 향하는 오대천길. 양옆으로 초록 숲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울창한 굽이굽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이 폭 감싸고 있는듯한 현대적인 건물이 나타난다. 지난 2018년 열린 평창올림픽과 함께 개관한 204객실 규모의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다. 이 이름은 리조트가 자리한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의 지명에서 유래한다. 숙암리는 삼국시대 이전 옛 맥국의 갈왕이 고된 전쟁을 피해 암석 밑에서 하룻밤 숙면을 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로쉬(roche)는 프랑스어로 ‘바위’를 뜻하는 단어. 바위 아래 깊은 잠을 잤던 옛 왕처럼, 모든 방문객의 온전한 휴식이라는 목표를 향해 치밀하게 공간을 설계했다.

파크로쉬는 가리왕산과 두타산 등 주변으로 산이 겹겹의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쉼과 휴식을 선사한다는 미션 하에 탄생했다. 사진 파크로쉬

자체 프로그램 인기…웰니스 호텔 새 지평


최근 웰니스(wellness·건강함)는 모든 호텔 및 숙박 업계의 화두다. 일상의 소요를 뒤로하고 무엇보다 온전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그러면서 숙소 주변의 관광 자원이나 맛집, 체험 거리를 강조하기보다 숙소 자체의 콘텐트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른바 숙소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destination hotel)’이다. 특정한 숙소에 묵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는 것, 숙소가 여정의 일부가 아닌 중심이 되는 것이다.

파크로쉬는 여정의 전체를 소비해도 좋을 만한 대표적인 데스티네이션 호텔이다. 중간에 숙소 밖을 나서 관광하지 않고 내부에서만 머물다 와도 좋은 숙소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 파크로쉬의 전매 특허로 불리는 ‘웰니스 프로그램’이 있다.

개관 당시부터 지금까지 5년간 운영된 파크로쉬 웰니스 프로그램은 투숙객이라면 꼭 한 번쯤은들어볼 만한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요가·명상·피트니스·테라피·아웃도어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 아래 30여개의 프로그램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7~8개 개설된다. 투숙객은 머무는 내내 오전·오후 하나씩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같은 러닝 프로그램이라도 속도나 거리보다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완급조절을 하는 '바디풀 러닝' 등의 특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 파크로쉬


놀라운 것은 참여율이다. 여행지에서 필라테스나 요가를 하는 수업을 얼마나 많이 들을까 싶지만, 성수기에는 매시간 50명의 정원이 거뜬히 찬다. 파크로쉬에 따르면 연박을 해야 들을 수 있는 11시 타임 프로그램도 50명 정원(성수기 기준)이 꽉 찬다. 지난 한 해만 6만여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비결을 묻는 말에 김성보 파크로쉬 웰니스 팀장은 “단순히 요가가 아니라 ‘숙암요가’, 피트니스 프로그램도 ‘웰무브’, 아웃도어도 ‘구름걷기’ 등으로 숙면과 휴식이라는 리조트 전체의 큰 방향성에 맞게 특화해 설계했다”며 “보여주기식이나 이벤트성이 아니라 5년간 꾸준히 운영해오면서 투숙객들 사이 입소문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산과의 조화 이룬 건물, 환상 차경은 덤


웰니스 프로그램이 소프트웨어라면, 이를 담는 파크로쉬의 하드웨어 또한 ‘온전한 쉼’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공간이다. 뒤로는 가리왕산이, 앞으로는 두타산의 깎아지른듯한 절벽으로 오대천이 흐르는 파크로쉬의 주변은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찬사한 예의 그 ‘관동별곡’에도 등장할 만큼 절경을 자랑하는 곳.
주변 환경과의 조화 속에서 편안함을 이끌어내는 것은 파크로쉬 건축의 특징이다. 사진 파크로쉬

파크로쉬의 모든 객실은 이런 환상적인 밖의 풍경을 내부로 들이는 데 효과적으로 설계 됐다. 파크로쉬의 설계와 건축을 담당한 류춘수 건축가는 “건물을 약 120도 틀어 공간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풍경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등 무엇보다 내부에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외부 환경과의 조화는 그 자체로 편안함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파크로쉬 건축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네모반듯한 건물이 아니라 마치 산의 기울어진 경사면처럼 한쪽 면을 깎아 낸듯한 건축이 특히 그러하다. 한쪽이 날개처럼 비스듬하게 깎여 있고, 약간 틀어진 상태로 서 있는 파크로쉬의 모습은 주변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류 건축가 말대로 살짝 틀어진 덕분에 객실마다 커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풍경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흘러간다.

파크로쉬는 상암월드컵 경기장 등을 설계한 류춘수 건축가의 작품이다. 사진 파크로쉬

커피·소음·복잡한 조식 없다


파크로쉬에는 없는 게 세 가지 있다. 우선 번잡한 조식 시간이다. 리조트나 호텔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언제일까. 바로 아침 식사 시간이다. 서너 시간 동안 거의 모든 투숙객이 한 장소에 몰려드는 상황에 줄서기도 예사. 편안하게 쉬러 온 여행지에서 인상을 구기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파크로쉬는 ‘느긋한 조식’을 표방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체크아웃한 뒤에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브레이크 슬로우’ 조식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오전 시간 충분히 게으름을 피워도 된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이곳만의 정적인 리듬을 잘 살린 사례다.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조식 프로그램 '브레이크 슬로우'. 사진 파크로쉬


어느 곳을 가든 한 단계 낮은 소음 수준 역시 편안함을 끌어내는 주요한 하드웨어다. 조용히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파의 경우 만16세 이상만 허용하고,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는 외부 스파도 마련하는 등 최상의 휴식을 위한 설계와 배려가 곳곳에서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파크로쉬의 객실에는 커피가 없다. 대신 숙면을 위한 차와 찻그릇이 준비되어 있다.


진정한 럭셔리를 묻다


최상의 휴식 경험을 위한 설계와 배려가 곳곳에서 돋보인다. 사진은 파크로쉬 실내 스파 전경. 사진 파크로쉬
지난 6월 파크로쉬는 ‘T+L 럭셔리 어워드 아시아 퍼시픽 2024’에서 한국 해변·지방 호텔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수상이다. T+L 럭셔리 어워드는 세계적 권위의 글로벌 여행 전문지 트래블앤레저(Travel+Leisure)가 주관하는 상으로 호텔과 리조트·여행지·여행 브랜드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통해 순위를 매긴다.

한국을 포함해 호주·홍콩·일본·싱가포르·몰디브 등 아태지역 15개 국가에서 조사를 진행하며, 도시호텔, 해변·지방호텔, 호텔 스파, 호텔 수영장, 호텔 총지배인 등 5개 부문에서 종합 경쟁력을 평가한다. 파크로쉬에 이어 한국의 지방·해변 호텔 부문에서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롯데호텔 제주, 제주 신라 호텔 등이 순위권에 올랐다.

파크로쉬의 럭셔리 어워드 수상은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고급스러운 숙박 경험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단순히 객실이나 부대시설의 고급스러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운영과 서비스, 자체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까지 정교하게 설계해 재충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고요를 끌어내는 것. 요즘 여행객들이 원하는 이상적 휴식이 아닐까.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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