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세대교체 소홀... 오승환 2군행 초래했다
[이준목 기자]
▲ 지난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오승환이 연장 11회말에 투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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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최고령 투수인 오승환은 올시즌 48경기에서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정해영(KIA, 23세이브), 유영찬(LG, 21세이브), 문승원(SSG, 20세이브) 등을 제치고 구원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KBO리그에서만 통산 427세이브(역대 1위)를 기록중이며 한미일 통산 550세이브(현 549개)에는 단 1개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겉보기에 화려한 기록에 비하여 내용은 매우 좋지 않다. 48경기에서 57피안타 6홈런 23실점(23자책)을 내주며 평균자책점이 무려 4.50로 10개구단 주전 마무리 중 최악이다. 블론세이브도 벌써 6차례나 기록했다.
오승환의 부진, 이유가 있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만 해도 오히려 나이를 잊은듯한 활약을 선보였다. 4월까지 14경기서 1승2패8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고, 5월에도 11경기서 8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로 분전했다.
그런데 6월들어 10경기서 2패8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불안한 조짐을 보이더니, 한여름인 7~8월 들어 13경기서 1승3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12.10 (7월 9경기 1승 2패 2세이브 평균자책 12.15, 8월 4경기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2.00)으로 무지막지하게 난타를 당했다. 절반에 가까운 6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했고, 기록상으로는 무실점으로 끝난 경기에서도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하거나 장타를 맞고 위기에 몰리는 등 불안한 투구가 이어졌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도 4일만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2-2로 맞선 9회에 구원 등판해 0.2이닝 2피안타 2피홈런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삼성은 오승환의 난조속에 KT에 3-5로 패하며 연승행진이 중단됐다.
냉정히 말해 6월 중순 이후의 오승환은 단지 마무리 투수로서는 부적합한 차원을 넘어, 리그 최악의 불펜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 다른 불펜투수들에 비하여 등판 횟수나 투구이닝이 많은 것도 아닌데, 피안타와 출루율, 장타허용률 등은 모두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시즌 이닝당 출루 허용(WHIP 1.57)과 피안타율(.303)도 오승환의 구위가 정상이 아님을 증명한다.
결국 참다못한 팬들도 오승환의 보직 변경과 불펜진 재정비를 요구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제야 2군행 조치가 내려지기는 했지만 삼성과 오승환 모두를 위해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오승환은 2005년 프로데뷔 이래 줄곧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해왔다. 일본 NPB과 미국 MLB 무대를 거쳐 2019년 다시 삼성에 복귀한 이후에도 오승환의 위상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오승환의 장기집권과 높은 의존도는 삼성이 장기적으로 그를 대체할수 있는 새로운 마무리 자원을 발굴하는데 소홀했던 부작용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오승환이 하락세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22시즌경 부터였다. 당시 오승환은 57경기에 등판하여 6승 2패 2홀드 31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세이브왕(44세이브, 자책점 2.03)을 기록했던 직전 시즌에 비하여 자책점이 3.32로 높아졌고 리그 최다인 7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흔들렸다. 이 해 삼성이 한때 13연패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던 시기에도 오승환의 지분이 적지않았다.
심지어 2023시즌 전반기에는 극심한 부진으로 한때 마무리에서 강등당하고 두 번이나 2군행을 다녀와야했다. 구위 조정을 위하여 데뷔후 첫 선발등판에 나서는가하면, 스스로의 부진에 분노하여 마운드 위에서 감정표출 논란 등으로 이슈가 되는 등 이래저래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후반기에 마무리로 복귀하여 다시 폼을 회복하며 시즌 30세이브(자책점 3.45)로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삼성이라고 마무리로 그저 오승환만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은 오승환이 40대를 넘기며 에이징 커브 조짐을 보이자, 한때 이승현과 김태훈을 마무리로 기용하는가하면, 마무리 경험이 있는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 불펜에서 지금까지 오승환보다 더 안정감있는 마무리투수가 없었다는 점이 비극이었다. 오승환이 전반기에 그렇게 부진했다는 2023시즌에도 적임자가 없어서 결국 후반기에는 돌고돌아 오승환이 다시 마무리에 복귀해야했다. 올시즌도 오승환의 대체자로까지 거론되던 김재윤은 올시즌 53경기에서 4승 8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95, 임창민은 46경기에서 1승 22홀드, 평균자책점 4.28에 그치며 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어느덧 커리어 말년에 접어든 오승환에게도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이어졌다. 타순이나 포지션 조정이 가능한 타자와 달리, 마무리투수는 한번 고정이 되면 보직을 변경하는게 쉽지가 많다. 선수 본인의 컨디션 관리는 물론이고 팀 전체의 마운드 운영에도 연쇄적인 효과를 가져올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마무리 없는 삼성의 고민... 오승환 부활할까?
결과론이지만 삼성은 몇 년전부터 오승환의 구위가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던 시점에서 좀더 선제적으로 보직 변경이나 대안을 준비했어야했다. 현재 리그 3위로 올시즌 가을야구 진출이 유력한 삼성은 팀평균 자책점이 4.55로 리그 2위일만큼 마운드가 뛰어나지만, 확실한 마무리 부재라는 리스크로 인하여 설사 포스트시즌에 올라간다고해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현재로서 오승환은 올시즌 유력해보이던 구원 1위 수성이나 한미일 550세이브 달성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레전드'에 걸맞는 신뢰나 예우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기량이 떨어진 베테랑에 대하여 현실적이고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래도 팬들이 기대하는 레전드 마무리의 커리어 말년이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과연 2군에 내려간 오승환은 지난 시즌처럼 이번에도 후반기에 돌아와 다시 팀의 구세주로 부활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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