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는 진짜 위험... 폭우 때 나가면 죽어요"

민주언론시민연합 2024. 8. 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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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동아사이언스 '한반도 극한호우 대책 총정리' 김소연 기자·이다솔 PD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년 8월 서울엔 시간당 최대 141.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극한호우 기준인 시간당 72㎜의 두 배가량으로 신림동과 상도동 반지하 주택에서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역대급 폭우가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더 자주, 더 세게'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50년 이내 시간당 200㎜의 비가 내릴 수 있다니, 이제 폭우는 여름철 일상이 되었다.

변화된 기후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예견된 극한호우의 심각성을 효과 있게 알리며 선진국 사례를 참조로 침수 대책을 고민한 보도가 있다. 당면한 위기를 설득력 있게 전한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팀 김소연 기자와 씨즈팀 이다솔 PD를 민언련에서 만났다.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팀 김소연 기자·씨즈팀 이다솔 PD
ⓒ 민주언론시민연합
속 시원한 과학적 검증, 차별화된 폭우보도

- 침수 도시 시리즈를 기획한 계기는?

김소연 : 서울 강남역 침수, 힌남노 태풍 등으로 호우 피해가 심각했던 2022년 2~3개월간 도시 침수에 대한 특집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해 9월호 시사기획 <빗물터널은 도시를 홍수에서 구할까>, 10월호 <기후부동산>에서 대심도 터널 계획과 도시침수 등을 다뤘는데, 정부 침수 대책이나 그린인프라 효과에 대한 명확한 수치를 보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심층 보도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차에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에서 시작한 '기후위기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이 좋은 기회가 됐다. 굵직한 주제인 만큼 씨즈팀과 함께 영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2022년 10월 과학동아 표지
ⓒ 과학동아
이다솔 : 씨즈팀은 지난해 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침수 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현재 씨즈(SEIZE) 파트장인 신수빈 기자와 두 편(자카르타·뉴욕)을 만들었다. 국내 이야기를 담고 싶었지만 인력의 한계로 제작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과학동아에서 협업을 제안했고, 대도시를 추가한 침수 도시 시리즈로 발전시켰다.

- 동아사이언스만의 호우 보도 특징이라면?

김소연 : 기존 보도는 "이런 방법들이 있어"까지 얘기하고, "이게 얼마만큼 도움이 돼"까지는 나아가진 못했다고 봤다. 그래서 '그린인프라가 얼마나 호우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 실증적·과학적 검증을 해보자고 목표로 잡았다.

이다솔 : 씨즈도 어떻게 호우 피해를 막을 수 있는지,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비가 올 것인지, 각각 무엇으로 대비할 것인지'를 가정해서라도 속 시원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다른 나라 수도의 '선진 인프라' 살펴보니

- 침수 도시 시리즈가 해수면 상승, 지구온난화보다 극한 호우에 집중한 이유는?

이다솔 : 뉴욕에 취재 갔을 때가 홍수 직후였다. 우리나라 반지하 침수 사고와 같이 뉴욕 반지하 거주민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난 것을 보고 주제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뉴욕이나 도쿄는 해안 도시다 보니 수도나 대도시가 해수면 상승으로 잠기는 게 큰 이슈지만, 해수면 변화 예측 지도를 보니 서울은 큰 산들이 버티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해안 침수보다는 폭우를 중심으로 취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 도쿄와 베를린에 왜 주목했는가.

김소연 : 폭우 대책으로는 크게 우리나라에서도 진행 중인 그레이 인프라(빗물배수 목적의 거대한 콘크리트 기반시설)와 전문가들이 좋은 대책으로 제시하는 그린 인프라(옥상 녹화나 식생 수로와 같은 도심 내 녹지 요소)가 있다. 두 인프라를 잘 살펴볼 수 있으면서 한국과 비교하기에 적당한 나라를 찾았다. 말레이시아, 중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다양한 국가와 도시를 고민했다. 그레이 인프라 도시로 일본 도쿄를 선택했는데, 우리나라와 기후가 비슷하면서도 큰 규모로 그레이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고 불투수 면적이 넓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다솔 : 그린 인프라가 발달된 도시를 찾기 위해 유럽 국가는 거의 살펴봤다. 서울과 비교를 위해 대도시, 특히 수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구 밀도와 불투수 면적 등을 비교하기 좋고 제도적으로 그린 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독일 베를린을 선택했다.
 한반도 극한호우 대책 총정리 시리즈(과학동아 2024년 6월호)
ⓒ 과학동아
침수 위험도 낮추는 그레이 인프라

- 빗물터널에 직접 들어가 본 소감은

이다솔 : 부천 빗물 터널을 방문해 지하 4층 아래 대략 16m 깊이까지 내려갔다. 계단 수십 개를 타고 내려가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놀랍고 신기했다. 어둠에 겁은 없었지만, 몬스터가 나타날 것 같더라(웃음). 지하 던전(감옥)에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 증설 중인 대심도 터널로도 방재 효과가 부족하다던데?

이다솔 : 대심도 터널은 기존 하수관거가 감당하지 못하는 많은 양의 빗물을 수용해 침수 피해를 완화한다. 도로 연석 높이인 20㎝까지는 차도만 잠기는 수준의 침수다 보니 재산·인명 피해 발생률이 크지 않다. 대심도 터널로 50㎝ 높이까지 잠기던 곳이 20㎝로 줄어든다면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 대심도 터널로 침수를 완벽히 막지 못해 불충분하다고 보는 것보다 침수 위험도를 낮췄다고 평가해야 한다.

김소연 : 초반에는 대심도 빗물 터널이 대규모 사업인 만큼 완공 뒤엔 서울이 침수에 완전히 안전해질까 싶었는데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전문가들도 기후위기 시대에 홍수는 완벽히 막긴 어렵다고 했다. 배수가 잘되기 위해서는 대심도 터널 하나 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주변 하수관·우수관 정비, 빗물받이 청소 등 많은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이다솔 : 그레이 인프라와 그린 인프라 모두 최선을 다해 확충해야겠지만, 비용이나 증설 공간 부족 등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대피 대응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황석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수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가 안 나게 할 수 있다'며 '예·경보도 내비게이션처럼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우리 동네에 비가 어느 정도 올 때 내가 대피해야 하는가'를 알면 좋겠지만, 실시간 강우량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수준의 예·경보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신 것이다. 공감했다. 동시에 저지대 거주민에게 위험한 양의 비가 내릴 때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도 적극적으로 하고, 사회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본다.

빗물청과 빗물 요금

- 베를린 빗물청은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나.

이다솔 : 빗물청은 베를린 수자원청 산하 프로젝트성 기관으로 2018년 만들 당시 문서에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빗물청을 만든다'고 명시했다. 빗물청은 호우로 인한 침수 대비를 비롯해 수질 관리, 가뭄에 대비한 빗물 재사용률 확대 등 다양하고 까다로운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새로운 빗물관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도시가 녹색 '스펀지 시티'로 발전할 수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도 맡고 있다.

김소연 : 그린 인프라가 잘 깔린 동네를 방문했을 당시 독일 전문가가 그린 인프라 중 빗물 트렌치(빗물이 고이게 설계한 넓은 잔디밭)를 보여줬다. 빗물이 모이는 트렌치 안의 나무는 물이 충분해 크게 자라지만, 트렌치 밖의 나무는 물을 확보할 수 없어 앙상하게 큰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피면서 빗물 관리의 중요성을 깊게 고민한 것이 빗물청까지 만들게 된 것 같다.

- 빗물에 세금을 매긴다니 흥미롭다.

김소연 : 빗물 요금은 비가 흡수되지 않은 불투수 면적에 비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큰 면적의 건물이 하수관에 많은 양의 빗물을 보내는 만큼 더 많은 빗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게 하자는 취지다. 독일 빗물 요금 제도 전략도 인상 깊었는데, 구역별로 홍수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불투수 면적을 줄이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으로 그린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권경호 스톰워터 바이오 대표가 빗물 요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권 대표는 큰 건물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감당하게 하수도 요금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상수도 사용량을 기준으로 하수도 요금을 책정하는 현행 방법은 주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빗물 요금을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수도 요금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그린 인프라, 어떻게 늘릴까

- 국내 그린 인프라 확충은 왜 더디다고 보는가.

이다솔 : 베를린 옥상 녹화 사업을 취재할 때 예쁜 정원을 기대했지만, 갈색 이끼로 뒤덮인 모습에 "큰일 났다, 이거 뭐야" 이러면서 얼굴이 어두워진 적이 있다(웃음). 갈색 이끼가 빗물 관리에 효과적이라 옥상에 심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연구를 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결과라고 보는데, 우리나라도 어떤 식물이 그린 인프라 적용에 효과적인지 연구하고 '배수관을 더 건설하자'를 넘어 '그린 인프라를 확충하자'는 움직임이 필요한 것 같다.

김소연 : 빗물청과 같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서울 성동구·은평구·강북구 등에서 빗물 마을을 만들고 소규모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부산대 그린 인프라 저영향개발센터를 방문했을 때 국내에 적용 가능한 사례도 봤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있던데 인식 전환이 관건인 듯하다.
 씨즈 침수도시 썸네일(좌 5/25, 우 6/7)
ⓒ 씨즈
- 독일 빗물 관리 시스템의 시작은?

김소연 : 베를린 취재원에게 그린 인프라 보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어떻게 빗물 탱크를 설치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어봤다. '빗물을 재사용하면 환경에 좋고, 결국 나에게 좋은 것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기억에 남더라.

이다솔 : 독일에서도 1990년 통일 직후 그린 인프라를 설치한 건물을 짓는다는 건 굉장히 앞선 생각이었다. 그래도 당시 환경을 보호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태양광 발전기나 빗물 관리 시설을 같이 설치했다고 한다. 과거부터 환경을 고민해 온 나라의 시민들 마음가짐은 확실히 성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린 인프라를 늘리기 위한 비책은?

김소연 : 환경에 민감한 분들이 나서서 한 시도들도 중요하지만, 빗물 관리나 기후 변화, 탄소 중립 등 환경 문제는 인류의 '팀플'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베를린도 최근 세금 감면 등 지원 정책이 시작되면서 더 빠르게 그린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다. 시민 차원의 인식 변화뿐만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유도해야 더 큰 변화가 따라올 것이다.

이다솔 : 2022년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적이 있다. 복구하는 데 135일이나 걸렸고 피해도 컸다. 포스코는 이후 수해 대비를 위해 1.9㎞ 구간에 2m 높이의 차수벽을 설치했다. 그런데 이 차수벽을 보고 주변 저지대 마을 주민들은 '차수벽에 물이 가로막혀 침수가 심해질 수 있다'며 불안해했고 갈등이 발생했다. 나만 지키는 방식의 벽 세우기가 아니라 독일처럼 '우리 집에 내리는 비는 내가 관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린 인프라를 건설해 해결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코가 차수벽 이외 대안을 고민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더 많은 폭우 대책을 알고 있었다면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하자고 제안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폭우로부터 내 몸 지킬 대비책, 미리 알아두자

- 폭우 대비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다솔 : 시민들이 당장 할 일은 '자기 몸 지키기'라고 본다. 회사나 정부도 폭우 때는 "출근하지 마세요", "나가면 죽어요"(웃음) 같은 권고도 내렸으면 좋겠다. 각자도생 같지만 "비가 진짜 위험하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자신만의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기후 변화를 막을 수는 없어도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시민 한 명이 줄일 수 있는 탄소량은 적지만, 시민들의 힘은 크다. 기후 대책을 준비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할 수도 있고, ESG 경영을 하는 회사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지 않겠나.

김소연 : 최근 'KPOP 4 PLANET' 단체를 인터뷰 했는데 기후 행동 시도가 신선했다. K-팝 팬들이 기후 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한 플랫폼인데, 소비자인 팬들이 직접 기업들에 목소리를 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게끔 촉구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예를 들어 포토 카드나 표지 다양화 등으로 앨범을 여러 개 구매하게 만드는 상술을 지적하거나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K-팝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쓰고 탄소 발자국을 대중에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팬들의 모임인데 굉장히 행동력 있고 인상 깊은 활동을 하고 있어 소개하고 싶었다.

- 보도에 담지 못한 아쉬운 이야기가 있다면.

김소연 : '그레이 인프라와 그린 인프라를 강남구에 적용하면 50년 뒤 오는 200㎜ 비의 몇 %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시민들이 한눈에 알 수 있게 명확한 수치를 도출하고 싶었는데 여러 한계로 하지 못했다. 그래도 주변 도움으로 이번 기획을 잘 취재해 기쁘다.

이다솔 : 호우 비상경보 체계를 더 살펴보고 싶었는데 인프라에 비해 흥미가 덜한 주제여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각 지자체에 침수 대피 매뉴얼이 있는지 등이 궁금했다.

- 과학동아의 다음 보도가 또 기대되는데.

이다솔 :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실'로 불리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에 다녀왔다. 7월 26일 씨즈 <빅뱅도 실험한다는 곳! 직접 보고 옴>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연구에 참여한 교수를 초청해 토크쇼도 열 계획이다. 기후와 관련한 주제로는 8월 쯤 해외연수차 스웨덴·노르웨이 중심으로 기후 테크 기업들을 방문하는 일정도 있다. 선진적인 기후 테크 기업에 대한 기사와 영상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김소연 : 기획취재를 통해 문제 진단부터 해결책 제시까지 완결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가닿는다고 생각해 큰 취재를 더 하고 싶다. 올해가 공룡 발견 200주년이 되는 '공룡의 해'이다 보니, 하반기에는 공룡 발자국을 찾아다닐 것 같다(웃음). 과학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의 스펙트럼이 넓으니 다양한 주제에 계속 접근해보려 한다.
 동아사이언스 ‘한반도 극한호우 대책 총정리 <극한호우, 우리> <침수도시> 시리즈’가 2024년 7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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