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안세영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임병도 2024. 8. 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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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작심발언 뒤 11일 만에 공식 입장... "불합리한 관습 바뀌었으면"

[임병도 기자]

▲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입국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마자 작심발언을 했던 배드민턴 안세영 (22, 삼성생명) 선수가 침묵을 깨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5일 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을 직격한 지 11일 만입니다.

안 선수는 16일 자신의 SNS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 뒤 자신이 했던 발언과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우선 안 선수는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됐다"며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라며 사과를 했습니다.

이어 "스무 살이 넘었지만 그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다시 한번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려 드린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세영 "불합리한 관습들이 바뀌었으면"
 안세영 선수가 16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입장문
ⓒ 인스타그램 갈무리
안세영 선수는 작심 발언의 방식이나 이로 인해 벌어진 파장이나 논란에 대해선 사과를 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번복하거나 굽히지는 않았습니다.

안 선수는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며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 번 해보자', '그게 안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자'라는 말 한마디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지난해 과도한 국제대회 출전과 아시안 게임에서 입은 부상으로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선수는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게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다"고 밝혔습니다.

협회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며 "매 순간 나쁘다,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다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안 선수는 앞으로 협회가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되길 바란다"며 "협회 관계자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 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안세영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안세영 선수가 16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입장문
ⓒ 인스타그램 갈무리
마지막으로 안세영 선수는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고 모자란 것이 많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다"면서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자칫하면 배드민턴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무섭게 밀려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국민들의 응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쓰게 됐다"며 장문의 입장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안세영 선수의 입장문을 본 누리꾼들은 미리미리 협회와 코치진이 안 선수와 충분히 소통하고 변화를 꾀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20대 어린 선수가 혼자 감당하기는 너무 큰 시련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현재 안 선수는 "발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선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갑질 폭로에 비리 의혹까지 제기된 배드민턴협회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안세영의 작심 발언 관련 대한배드민턴협회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 김학균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위원, 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세영 선수가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라며 작심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 측은 A4 10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해명했습니다.

협회 측은 "병원에서 11월 예정된 대회 참가가 어렵다고 했지만, 선수 본인의 강한 의지로 출전했다"라며 "(한수정 트레이너가 파리에 동행하지 못한 것도) 6월 30일부로 계약이 종료됨에도 올림픽 때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했으나, 한 트레이너가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이와 같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협회 측 관계자가 해명 과정에서 "(안세영의 요구에 대해) 아무리 세계 1위, 금메달을 딴 선수라고 해도 특혜를 줄 수 없다"며 "손흥민, 김연아에 맞춰진 눈높이가 기준이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안 선수 폄훼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아울러 안세영 선수가 지난 7년간 대표팀 빨래와 청소를 도맡았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앞서 지난 2월 안 선수의 부모가 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잡무로 피해를 입었다며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코치진이 '오래된 관습'이라 해결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대한배드민턴협회로부터 받은 '국가대표 운영 지침'을 보면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는 선수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반면 양궁협회는 선수가 따라야 할 지도자의 지시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시' '정당한 인권 및 안전보호를 위한 지시'로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선수는 지도자 지시 복종' 배드민턴협회, 시대착오적" https://omn.kr/29r8d)

문체부가 배드민턴협회 조사에 나선 가운데 협회와 관련된 비리 의혹과 더불어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이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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