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개팅, 자소서를 공원에 걸고 시작하는 이유[中돋보기]

김진선 2024. 8.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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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걸린 프로필로 서류심사
연애 상대 조건만 보는 中 청년들

"당신의 자녀는 딸입니까. 아들입니까." 왕(65)씨는 자기 아들 이력에 관심을 보이는 상대에게 이렇게 묻는다. 왕 씨는 자기 아들에 대해 35세에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160cm 이상의 직장인 여성을 찾고 있다고 했다. 왕 씨는 "지난 몇 년간 10명이 넘는 상대를 만났고 연락도 했던 것 같은데 결혼까지 성사가 안 되더라"라고 했다.

중국인 이(68) 씨는 아침이면 인민공원에 나가 34살이 된 자녀의 결혼 상대를 찾는다. 자녀의 결혼 문제로 몇 년 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 씨는 다른 부모들이 걸어놓은 자녀에 대한 정보를 유심히 바라본다. 괜찮은 상대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자료는 노트에 기록한다.

중국 상하이 인민공원에서 이야기 중인 시민들. 사진출처=중국 인민일보

최근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자녀를 둔 중국 부모들은 상하이 인민공원 한켠에 소개팅 코너에 모여 청춘남녀들이 올려놓은 프로필을 들여다본다. 상하이 인민공원 소개팅 코너는 미혼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이 결혼 상대를 찾는 핫플레이스다. 2004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많은 '미혼 청년' 부모들이 이곳에 모여 자녀를 대신해 결혼 상대를 찾는다. 수백명의 미혼 청년들이 친척,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모인다. 상하이 인민공원이 유명해지자, 베이징 중산공원, 샤먼 중산공원 등에서도 이 같은 만남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혼인율이 낮아지면서 공원 내 소개팅 코너에도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15일 샤먼일보에 따르면 "어머니는 대학 교사, 아버지는 학과급 '간부, 명문가'라는 글부터 100채가 넘는 임대주택을 소유한 부모님의 남자들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모두 같은 번호"라고 보도했다. 결혼 정보업체에서 고객의 프로필을 게재해 놓은 것이라는 것. 보도에서는 쑨 씨가 1만위안(약 186만원)을 중매업체에 냈지만, 공개된 정보와 일치하는 사람을 소개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녀의 결혼에 절박함을 느끼는 부모들에게 접근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샤먼일보는 전했다.

상하이 인민공원 소개팅 코너에 걸린 프로필 쪽지들의 모습.[이미지출처=중국 바이두]

베이징 샤먼 법률 사무소의 쉬동 변호사는 "소개팅은 상업 활동이 아니므로 허위 정보를 게시하는 것은 허위 광고는 아니지만 허위사실 유포가 금전거래와 관련되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혼·소개팅 업체가 소비자 유인을 위해 허위 소개팅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에는 사기죄에 해당해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허위 사실을 게시하는 것은 타인의 명예권, 사생활 보호권 등을 침해할 수 있기에 형사책임이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다수 매체는 중국의 혼인율이 최근 몇 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조건만 보고 만남을 가지려는 청년들의 소개팅 방식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혼인신고는 343만 건이다. 이는 작년 동일 기간에 집계된 392만8000건에 비해 약 50만 건(12.7%)이 감소한 수치로 1980년대 후반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라이브 소개팅 방송으로 연애 상대 만나는 젊은이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온라인 소개팅 방송[이미지출처=중국 바이두]

젊은이들은 고개를 돌려 온라인에서 또 다른 인민공원 소개팅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90년대생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중국인 팡 씨는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연애 상대를 만나게 됐다. 상대는 일본에서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인 남성이다. 팡 씨는 "일반 소개팅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잘 알 수 있으나, 감정을 기반으로 한 만남을 이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온라인 소개팅은 서로의 성격, 관심사, 취미 등을 이해하며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중국 신민만보 등 중국 다수매체는 최근 몇 년 간 혼인율이 하락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꼬집으면서, 새로운 소개팅 방식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이라고 보도했다. 바로 '온라인 소개팅'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소개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소개팅 방식으로 실시간 라이브 소개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만나는 형태라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상하이 결혼 관리 협회 부회장 러우칭리는 라이브 소개팅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편리한 방법으로 누구나 친구나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젊은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라고 짚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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