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째 엇갈리는 정부·KDI 경제 진단…‘내수’ 두고 “회복 조짐” vs “미약 수준”
KDI ‘내수 부진’ 진단과 온도차…표현 차이
물가는 전반적 안정흐름…글로벌 불확실성↑
“내수 낙관론 펼치려면 금리 인하 단행해야”
정부와 국채연구기관이 내수 경기를 두고 엇갈린 경제 진단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넉 달째 내수가 회복할 조짐이 보인다고 평가했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약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정부·국책연구원 엇갈린 진단…미묘한 온도차 여전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전반적 물가 안정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내수 회복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부터다. 이번 경기 진단은 지난달과 거의 유사하지만. 내수 회복에선 ‘가세하다’에서 ‘보인다’로 표현을 바꿨고, 경기 회복은 ‘확대’에서 ‘지속’으로 전망을 변경했다.
다소 부진했던 지난 6월 산업활동 동향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조짐’이라는 표현 없이 ‘내수 회복’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모자라고 더 지켜봐야 한다”며 “경기 회복이라는 큰 틀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진단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 동향과는 온도 차가 있다. KDI는 지난 8일 “우리 경제는 기존 전망에 비해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겠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추면서 ‘내수 부진’을 이유로 제시했다.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투자·민간소비 등 내수 지표 부진 탓에 전분기 대비 역성장했다.
아울러 KDI는 지난해 12월부터 내수가 둔화·부진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반면, 기재부는 지난 5월부터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입장을 내면서 긍정·부정 요인이 혼재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표현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전월 대비(계절조정)’로, KDI는 ‘전년 동월비’로 경기 지표를 분석한다”며 “절대적인 수준을 두고 평가하는 것과 흐름을 보며 비교하는 것은 표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얼어붙은 내수에도 회복 낙관론
최근 내수 관련 지표는 일부 부진한 모습이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더라도 가계부채 증가와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이 우려돼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2분기 민간소비(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1년 전보다 0.2% 감소했다. 지난 6월 상품 소비인 소매판매는 비내구재(-0.9%)가 감소했으나 내구재(5.2%), 준내구재(0.8%)가 증가하며 전월보다 1.0% 올랐다.
정부는 7월 소매판매에는 소비자 심리지수 개선과 방한 관광객 증가세는 긍정적 요인으로, 백화점·할인점 매출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6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2% 증가했다. 예술·여가(-5.0%), 정보통신(-0.8%) 등 업종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1.8%), 부동산(2.4%), 운수·창고(0.7%) 등이 증가하면서 소폭 개선됐다.
7월 서비스업의 경우 온라인 매출액, 번호이동자수 증가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주식 거래대금과 차량 연료 판매량 감소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투자 지표인 설비투자지수는 지난 6월 운송장비(-2.8%)가 감소한 가운데 기계류(6.5%)가 큰 폭으로 늘면서 전월보다 4.3% 증가했다.
정부는 설비투자 조정압력 감소와 국내기계수주 감소는 향후 설비투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투자인 건설기성(불변)도 토목공사(6.1%) 실적 증가에도 건축공사(-2.3%) 실적이 감소하며 직전 달보다 –0.3% 줄었다. 1년 전보다는 4.6% 감소했다.
아파트 분양은 감소했으나, 건설수주(25.9%)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향후 건설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반면 수출 호조세는 계속됐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수출 호조세로 작년보다 13.9% 증가하면서 10개월 연속으로 ‘플러스’ 흐름을 보였다.
김 과장은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전망이 경착륙보다 우세한 상황”이라며 “수출은 양호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 주가는 미국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 고평가 우려와 외국인 순매도 영향으로 하락세”라며 “글로벌 경제는 제조업 경기 및 교역 개선 등으로 회복세나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 지역 분쟁 확산 우려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현재 반도체와 IT 등을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개선되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며 “반도체 개선은 내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정부가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낙관론을 펼치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단행 이후의 상황을 보며 하반기 경제 진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을 자극하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집값 상승의 우려도 있고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과 상충하는 면이 있어 적절한 대응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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