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 대형 증권사 웃지만…중소형사, 부동산 PF 충격 ‘적자’

이창희 2024. 8.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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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5대 증권사, 순이익 2조3952억…전년比 30%↑
중소형 증권사 ‘부진’…iM·다올투자증권 ‘적자 전환’
“치우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야…특화된 수익부문 발굴 필요해”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호실적을 선보여 웃음짓는 반면 중소형사는 울상인 모양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한 곳도 부지기수다. 투자업계는 중소형사가 회사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수익 다양화에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상위 5대 대형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2조3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 늘어났다. 영업이익 합계치는 3조322억원으로 29% 늘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두 자릿수 순이익 상승세를 시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64.9% 급증한 7109억원의 반기 순이익을 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은 각각 50.7%, 15%, 26.4% 증가한 3761억원, 4227억원, 511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홀로 2% 소폭 감소한 3717억원의 순이익으로 보였다. 

대형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증시 거래대금이 늘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에 기인한다. 올 2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9000억원으로 지난 4월 20조1000억원에서 지속 상승했다. 국내 시장 외에도 상반기 미국 빅테크 중심 기술주 오름세에 서학개미 투자자가 늘면서 관련 수수료와 자산관리(WM)부문 수익 증가도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2분기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의 운용손익도 개선됐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같은 흐름에 편승하지 못했다. 한때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각되면서 호황기에 사업을 급격히 늘렸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불확실성 관리 기조에 따라 대규모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한 영향이다.

적자를 본 증권사도 부지기수다. 다올투자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217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324억원에 달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이어왔으나, 이번 적자 전환으로 흑자 행진을 마감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강화에 따라 증권 257억원, 저축은행 83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 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iM증권(구 하이투자증권)도 반기 적자를 냈다. iM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손실 규모는 814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을 2분기 1509억원 적립한 게 주된 배경이다. 반기 기준으로는 1800억원대에 달한다. 다올투자증권과 iM증권의 적자 행진은 부동산PF 정상화 방안 발표로 사업장이 재분류되며 대손비용이 대거 늘어난 여파로 해석된다. 사업성 평가 등급 ‘유의·부실우려’를 받은 사업장은 재구조화를 진행해야 해서다. 

적자를 면한 다른 중소형사들도 순이익 급감은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증권의 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4% 줄어든 251억원이다. BNK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1.8%, 27.4% 줄어든 716억원, 29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리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 및 강화에 힘쓴 중소형사도 있다. 한양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259억원이다. IB, Trading, 채권 등 3개 부문에서 호실적을 선보인 게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부동산 PF 부문이 지난 6월 기준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록해 흑자로 전환한 점에서 하반기 실적 제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DB금융투자는 388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86.8% 급증했다. 주요 실적 변수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리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유안타증권의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88.04% 늘어난 410억으로 호실적을 나타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금융상품 판매수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반기 기준 WM부문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하는 등 리테일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투자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PF에 치우친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다른 수익 기반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리테일, WM, IB 등 수익 기반이 잘 갖춰져 있던 중소형사들은 실적의 변동성이 크거나 실적훼손이 크지 않은 편이었다”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한 부문에 치우친 수익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리테일, WM 역량 강화, 해외서비스 집중, 디지털 서비스 차별화 등 각 회사마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특화된 수익부문 발굴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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