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관들, 비트코인 현물 ETF 안 팔았다

美 SEC 제출 증권 보유 공시서 66%는 보유량 유지·확대
기관, 개인과 달리 투자 손익 평가 길고 ETF 승인으로 투자 쉬워져
우리 국민연금도 비트코인 간접 투자...MSTR 주식 460억원 보유

AI 이미지

미국 자산운용사와 투자사 등 기관들이 비트코인 하락에도 현물 ETF 보유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2분기 증권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산운용사의 66%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를 늘리거나 유지했다. 자산운용사의 44%는 비트코인 현물 ETF 보유를 늘렸고, 22%는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F는 최소 1억 달러(약 1362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모든 기관 투자사가 제출해야 하는 분기별 보고서다. 지난 1분기에 제출된 13F에는 3월31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한 전문투자자(기업)는 최소 937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금 ETF에 투자한 기업은 9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지난 1월에 거래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2분기까지도 여전히 기관들의 투자 수요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정하며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이 매수·매도한 양에 따라 가중 수치만큼의 현물 가상자산을 매입·매각한다. 따라서 ETF를 보유하는 것은 동일한 가중치만큼의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매트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3개월간 자산 가치가 14.5%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강세를 보였다.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 현물 ETF를 지속적으로 채택 중"이라며 "이는 상당히 좋은 결과로 다른 ETF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개별 가격과 ETF 자금 유출입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투자 주체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기관 투자자는 개인 투자자와 달리 투자 손익을 평가하는 기간이 길다. 또 기관 투자자들은 개인 투자자보다는 투자 대상을 꼼꼼히 확인하는 경향도 강하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 승인으로 규제를 준수하는 시스템으로 들어왔고,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정석문 프레스토랩스 리서치센터장은 "자산운용사들은 항상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찾아 자체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왔다. 현시점에서는 상관관계가 낮은 신생 자산이 비트코인"이라며 "ETF 승인으로 제도권 내에서 관리돼야 하는 연금 등이 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다수 기관은 비트코인의 성장보다는 단순 차익 거래 도구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매매한다"고 말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도 "단기적으로 연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며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연준의 금리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며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총자산 운용액(AUM) 규모는 550억 달러로, 전체 기관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자산(145조 달러) 대비 0.04%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기관들은 포트폴리오 비트코인 할당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증권 보유 현황 공시에는 국내 국민연금도 비트코인 관련 간접 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은 비트코인 관련주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24만5000주(약 460억원)를 신규 취득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미국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으로, 현재 보유량은 22만6500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도 26만주 상당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