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MB 사면'과 비슷?…180도 다르다, 한동훈의 포석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김경수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두고 정치권에선 2021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을 떠올린 이가 적지 않다.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 고유권한인 사면·복권을 언급한 점에서 닮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정반대라는 해석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 대표 재임 시절인 2021년 1월 1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을 달궜다. 2020년 상반기까지 ‘부동의 1위 대선 후보’였던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로 쫓기기 시작하자 꺼내 든 회심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런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먹혀들지 않았단 평가다. 발언 직후 민주당 내에서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용서할 마음도,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정청래 의원)는 반발이 거셌고, 지지층 민심도 한층 싸늘해졌다. 결국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이 전 대표는 “대통령 뜻을 존중한다”며 물러섰다.
이후에도 파장은 계속됐다. 이 전 대표 지지율은 발언 두 달 만에 반 토막 났고, 결국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촛불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야권에선 지금도 “사면 논란은 이재명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주게 된 결정적 계기”(민주당 관계자)라고 본다.
이런 전례 때문인지 한 대표가 사면·복권에 목소리를 내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한 대표는 8일 김경수 전 지사가 ‘광복절 특사’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에 반대 의사를 전했고, 9일엔 측근들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 방에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면서 13일 김 전 지사 복권을 확정한 뒤에도,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다만 결정된 것이기에 더 언급 않겠다”고 했다. 친윤계는 “윤석열 대통령을 무시한 것”(권성동 의원) 등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한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때와 달리 실점보단 득점이 많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용산과 각을 세운 점은 부담이지만, 보수 지지층 정서를 공략한 측면이 있어서다. 이 전 대표가 외연 확장을 위해 이슈를 띄웠지만, 친문계와 호남의 거센 반발을 부른 것과 달리 한 대표 발언은 보수 ‘집토끼’를 노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 대표가 김경수 복권에 반대하는 보수층 여론에 조응한 것으로 읽혔다”며 “당 일각의 정체성 공세를 차단하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복권 이슈가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 5~6일 미디어 토마토가 ARS 무선전화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여론 흐름은 감지됐다.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김경수 복권’ 반대는 47.5%로 찬성(30.2%)을 압도했고,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반대 48.7%, 찬성 39.2%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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