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굿즈처럼? 민주당 만든 'DJ 티셔츠'에 개딸 오픈런 간다
“오픈런을 해서라도 DJ 티셔츠를 사겠다.”
최근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부인 이희호 여사 얼굴이 새겨진 특별 한정판 티셔츠가 18일 전당대회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팔리는데,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2009년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상징적 정치인이지만, 이재명 전 대표 지지자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 전 대표와 김 전 대통령이 별다른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전 대표는 2005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고, 김 전 대통령은 2003년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서울 동교동 자택에 머물며 정치 일선과는 거리를 둬왔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티셔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앞면에 새겨진 ‘DJ, DJ PUMP THIS PARTY’라는 글귀 때문이다. 이를 직역하면 ‘DJ(Disc Jockey), 이 파티를 열광시켜줘’라는 뜻으로, 좀더 해석하면 “더 신나는 노래를 틀어달라”는 표현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김대중 씨, 이 정당을 이끌어 주세요”라는 뜻으로 통한다. 김 전 대통령 약칭인 ‘DJ’와 정당이란 뜻을 가진 ‘PARTY’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일종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다. 아이디어를 냈다는 민주당 당직자는 “8월 18일은 전당대회 개최일이기도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 15주기이기도 하다”며 “김 전 대통령을 이름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2030 당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티셔츠는 300장 한정으로 2만5000원에 판매된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키링·에코백·머그잔 등을 비롯해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모습이 담긴 포토 카드도 판매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돌 팬덤 문화인 포토 카드를 당 행사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정치인 관련 굿즈는 그간 팬클럽이 주도해왔다. 지난해 6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후니’ 인형을 만들거나, 2019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 팬카페가 ‘달봉이’란 이름의 응원봉을 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지지자도 이 전 대표가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티셔츠를 만들었다.
다만 중앙당이 직접 굿즈를 만드는 것에 대해 “정당이 팬클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당은 국민 이익을 대변하고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조직인데, 일부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에 대한 열광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표방하고 있는 당원 중심주의의 한 측면이지만, 왜곡된 팬덤 정치로 변질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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