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하나님께 받은 생명 ‘아름다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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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세상에 수많은 '선한 일'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한 손님이 카페에서 주문하면서 리뷰 이벤트로 선물 받는 커피를 배달 기사님에게 양보한 최근 일이 그랬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평안함으로 아들이 세상에 남긴 선한 일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지우 서약서'를 얻으려고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온 적도 있다는 무용담처럼, 또 다른 스타나 인플루언서가 선한 일을 독려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우르르 같은 일에 동참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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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세상에 수많은 ‘선한 일’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뾰쪽하고 날카롭게 누군가를 찌르기보단 둥글둥글한 무언가로 어떤 이들을 토닥거리고 싶었다. 아무 일도 아닌 정말 작은 선행을 발굴해 소개한 적도 있다. 한 손님이 카페에서 주문하면서 리뷰 이벤트로 선물 받는 커피를 배달 기사님에게 양보한 최근 일이 그랬다. ‘자기 돈으로 산 것도 아니면서 호들갑 떤다’ 식의 비아냥도 있었지만 더 많은 이들은 ‘나도 저렇게 한번 해봐야겠다’고 호응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이러스처럼 옮아가는 모습에 또 한번 흐뭇했다.
사후 장기기증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는 선한 일이다. 가족과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다른 이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간 사연을 기자로서 적지 않게 전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다가 뇌출혈로 하나님 품에 안긴 한 남성의 어머니와의 통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모친은 자식의 생전 뜻을 알면서도 한동안 힘들어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평안함으로 아들이 세상에 남긴 선한 일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선행에 크기가 존재한다면 장기기증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랄 것이다. 지면을 빌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장기기증서약을 하지 않았었다. ‘어떻게 신청하는지 몰랐다’고 핑계 댈 수 없다. ‘가족이 크게 반대해서’라는 이유를 대기도 머쓱하다. 직업을 통해 추구하던 가치와 딱 맞아떨어지는데도 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을 품고 마침내 이번 기회에 하게 됐다.
신청서를 내고 드는 후련한 마음에 ‘진작 할 걸’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서약서를 쓰고 나니 주변에 ‘너도 했느냐’고 오지랖을 떨고 싶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생명이 다하고 난 뒤 하나님께 거저 받은 사랑을 누군가를 위해 기부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장기기증 신청 기관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구성원과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의학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기 기증에 대한 에피소드를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 ‘인기 드라마에 나오거나 유명인이 SNS에서 언급하면 신청이 순간 급증한다’는 경향을 전해 주었다.
현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종이 서약서엔 배우 최지우씨 사진이 있다. 예전에 같은 빌딩에 사무실을 썼을 당시 그가 기관 취지에 공감해 모델이 됐다고 한다. ‘최지우 서약서’를 얻으려고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온 적도 있다는 무용담처럼, 또 다른 스타나 인플루언서가 선한 일을 독려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우르르 같은 일에 동참하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현황은 처참한 수준이다. 미국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전체 인구의 56%인 데 반해 한국은 3.4%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 참담한 현실에 일조했음을 반성한다. 만 16세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약이기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 장기기증 초보자인 기자가 저지른 실수 한 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신청서를 내면서 ‘신장기증’을 하겠다고 체크했던 것 같다. 이것이 생존 시 신장 두 개 중 하나를 기증하는 것인 줄은 몰랐다. 이런 일이 적지 않았던 탓인지 해당 기관에서는 ‘실제 기증 의사가 있다면 회신해 달라’고 친절히 안내까지 해줬다. 사후 장기기증에도 가족 서면동의 등 절차를 거쳐서 진행된다.
어제와 같은 오늘처럼 하루를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장기기증 서약에 많은 이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선한 일을 찾아 전하려는 기자의 마음이 독자에게도 닿길 바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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