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안창호 후보자를 위한 변론

김재중 2024. 8. 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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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안 후보자를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을 반대한 인물’ ‘기독교 잣대로 인권 문제를 보는 사람’으로 평가하면서 부적절한 인사라고 보도했다.

안 후보자가 차금법을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가 왜 이 법안에 반대하고, 법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알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여론조사도 그랬다.

2020년 6월 21대 국회에서 의원 10명이 차금법을 발의했다. 폐기된 이 법안은 헌법상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해 이미 개별 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는 장애나 나이, 양성차별뿐만 아니라 성적지향, 성적 정체성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했다. 언뜻 보면 차별을 금지하는 게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차금법이 합리적 비판까지 처벌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 종교, 사상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 후보자가 차금법을 반대한 이유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남성의 XY염색체를 가진 이마네 칼리프와 린위팅 선수가 여자 복싱 66㎏급, 57㎏급에 각각 출전해 금메달을 딴 것을 놓고 논란이 컸다. 이들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려다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여권상 성별을 기준으로 출전이 허용됐다. 자연적인 성(sex)은 남성이지만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이 있다면 여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젠더(gender) 논리였다. 상대 선수들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차금법은 그런 비판을 금지한다.

안 후보자는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차금법에 대해 “소수자 기본권을 다른 사람의 기본권보다 압도적으로 중대하고 우월한 가치로 보면서 헌법상 자유의 평등원칙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은 없어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 등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희생하면서까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일부 언론은 또 안 후보자가 저서에서 “차금법이 도입되면 에이즈, 항문암, A형 간염 같은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그는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전체 인구 중 2%도 안 되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전체 에이즈 환자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공개한 바 있고, CDC는 남성 동성애자가 이성애 남성보다 항문암에 걸릴 확률이 17배 높다고 경고했다”며 객관적 근거를 제시했다. 또 “세계보건기구와 영국보건당국은 A형 간염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남성 동성애자 성접촉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소스를 공개했다. 그런데 해당 언론은 이 부분은 쏙 빼고 동성애 혐오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그가 기독교 잣대로 인권 문제를 보는 사람이라는 비판도 논리 비약이다. 종교 편향적으로 인권을 다룬다면 논란이 되겠지만 사랑과 긍휼이라는 보편적 기독교 가치관으로 인권을 다루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는 검찰 재직 시절 솔선수범해 재소자들 발을 씻기고, 검사들에게 피의자를 수사할 때 범행에는 엄정히 대처하되 사랑과 긍휼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권면했다고 한다. 이에 감동한 일심회 간첩단 사건의 주범이 자백하기도 했다. 그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공안검사였다.

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낸 보충의견에서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수호하는 문제”라고 한 대목은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가 탄핵 당시 인용한 성경 말씀이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 지어다’(아모스 5:24)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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