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개혁 정부안, 이번엔 꼭 구체안 내놔야
윤 대통령, 이르면 이달 말 연금 브리핑 예정
기존 정부안에 빠진 연금 보험료 인상 넣고
자동 안정 장치 도입 등 세부 계획 제시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국정운영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율 중이지만 큰 틀에서 저출생 대응과 세대 간 형평성, 재정 안정화 방안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 세부 항목으로는 신생아 출산 부부와 군 복무자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이와 함께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연금개혁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이제라도 연금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대환영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금개혁은 지난 2년간 사실상 ‘공회전’을 면치 못했다. 정부가 책임 있는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고 국회로 공을 떠넘긴 탓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5개 분야의 15개 과제를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었다. 여기엔 가장 중요한 연금 보험료율 인상 방안을 담지 않았다. 알맹이가 빠진 ‘맹탕 개혁안’이란 비판을 받았다. 정부안이 없으니 국회 연금개혁 논의도 소모적 논쟁에 빠져버렸다. 결국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실패하고 22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그러는 사이 연금 재정 고갈의 우려는 커졌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사지선다형 개혁안을 무책임하게 던져 놓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완전히 바닥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책임을 지고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한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 만일 이번에도 원론적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다시 한번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연금개혁에서 정부가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외국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연금 수급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늦췄다. 극렬한 시위가 벌어졌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호소하며 입법에 성공했다. 일본에선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이끌었다. 이때의 연금개혁으로 일본은 적어도 100년간 연금 재정 고갈을 걱정하지 않게 됐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출산과 군 복무 크레딧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동을 하면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제도다. 지난해 연금 종합계획에도 이미 같은 내용이 들어갔지만,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 힘이 더 실릴 것이다. 세대 간 보험료 차등 인상은 신선한 발상이긴 하지만 외국의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직장 가입자의 연금 보험료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나눠내는 만큼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연금 고갈 시기를 30년 이상 늦추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 고갈을 겨우 6~7년 늦추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에 비하면 중요한 진전이다. 연금 재정의 장기 안정을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도 필요하다. 지난해 연금 종합계획에서도 언급한 자동 안정화 장치는 경제 여건이나 기대여명 등 미리 설정한 변수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이미 일본·독일·핀란드 등 주요 선진국은 이 제도를 도입해 연금 재정 안정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연금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단순히 듣기 좋은 말로 그쳐선 안 된다. 정부가 얼마나 구체적 개혁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느냐가 연금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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