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기시다는 바로 나”

김이현 2024. 8. 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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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기시다 현총리 재선 도전 포기
차기 주자들 당권 경쟁에 시동
유력 주자는 이시바·고이즈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며 일본 정계가 격랑에 휩싸였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로 다수당 총재가 총리에 오른다. 기시다 총리의 임기는 다음 달 30일 만료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은 오는 20일 확정되는데 ‘9월 20~29일’ 사이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차기 주자들 사이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선언 전까지는 당내 유력 주자들이 직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드러내는 것은 피하는 상황이었다.

이시바 등 잠룡 움직임 본격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은 기시다 총리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천인 20명만 모을 수 있으면 꼭 출마하고 싶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에서 20인 이상의 추천인을 모아야 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 방위비 인상을 주장하고 신간 ‘보수 정치가 나의 정책, 나의 천명’에서 정치 개혁과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총재 선거 출마 준비를 해왔다. 지난 12~14일에는 야당 의원을 포함하는 초당파 의원 모임을 이끌고 대만을 찾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안보 정책에서 존재감을 보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는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도 유력 주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23일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과 함께 도쿄 도내 서점 경영자들을 만난 데 이어 29일에는 중소기업을 시찰하는 등 공개 행보가 부쩍 늘었다. 자민당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최근 언론에 노출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총재 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특히 지난 10일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50세까지 총재 선거에 나서지 말라고 한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43세인데 업무상 판단을 일일이 아버지에게 물어보겠느냐”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최근 아들에게 “추천인 20명을 모을 수 있다면 스스로 결정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 세대교체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40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후쿠다 다쓰오 전 자민당 총무회장을 비롯한 중견·청년 중의원 9명은 최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젊어지고 세대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함께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소장파 주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기시다 내각 인사들도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와 2021년 총재 선거에서 맞붙었던 고노 다로(61) 디지털상,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으로 강경 우파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대응 조치 과정에서 기시다 총리와 사이가 틀어진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 등이 총재 선거 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간부와 각료들이 출마하기 쉬워졌다”며 “현직 총리가 재선을 노릴 경우 그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킹메이커’ 아소·스가에 파벌도 변수
게티이미지뱅크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과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단체 회원) 투표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면 결선투표에서 국회의원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당내 파벌 구도와 의원 간 이해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런 구도를 고려하면 총재 선거를 두고 아소 다로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소 부총재는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당내 파벌이 줄줄이 해체 선언을 할 때도 이를 거부해 유일한 파벌(아소파) 영수로 남아 있다. 당장 아소파 인원만 50명이 넘고 이 중 상당수를 아소 부총재가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기시다 끌어내리기에 적극 나섰던 스가 전 총리는 대표적 무파벌 인사로 당내 비주류 세력을 결집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이시바 전 간사장, 고이즈미 전 환경상 등 유력 주자를 연이어 만났다. 당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큰 파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소 부총재와 스가 전 총리뿐”이라고 말했다.

고노 디지털상은 지난 9일 아소 부총재와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하며 아소파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인 숫자 채우는 걸 걱정할 정도로 당내 기반이 부실한 것이 최대 약점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스가 전 총리에게 구애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초 스가 전 총리와 만난 뒤 “정책도, 정치 방식도 다르지만 존경한다”고 밝혔다.

총재 선거를 계기로 파벌 정치가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해산 당시 100명 가까이 소속돼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는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그룹별 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며 니카이파, 모리야마파도 각각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과 모리야마 히로시 총무회장을 중심으로 해산 후에도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일부 아베파 의원들이 비자금 스캔들로 요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아베파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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