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바꾸고 짤순이 되면 어쩌나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4. 8.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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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인 60대 직장 선배는 최근 드라이버를 교체하고 후유증을 앓았다.

실버층과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일본 브랜드로 클럽을 바꿨다가 원래 구질에 변형을 초래하고 비거리도 짧아졌기 때문이다. 샤프트 강도를 레귤러(R)로 하려다가 스티프(S)와 레귤러 중간인 SR로 선택한 게 잘못 아닌가 고민에 빠졌다.

다시 매장을 찾아 전문가와 상담하고 구질과 스윙을 분석한 끝에 그대로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라운드 횟수가 더해지면서 점점 클럽에 적응하더니 3달 지난 요즘 예전 실력을 회복하는 단계라고 한다.

골퍼들에게 클럽 교체는 엄청난 사건이다. 특히 매 타수에 승부와 희비가 엇갈리는 고수들에게는 일종의 모험이다. 그 정도로 예민하다.

오랫동안 일심동체를 이룬 클럽을 버리고 새 클럽을 동반자로 맞는다는 건 완벽한 재혼을 꿈꾸는 것이나 다름없다. “클럽을 교체한 후 6개월 동안 내기 골프는 금물”이라는 말도 있다.

클럽 교체에 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눈길을 끈다. 골프 전문 플랫폼인 원더클럽에 따르면 아마추어 골퍼 1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드라이버를 3~5년 만에 교체한다.

설문 응답자 1468명 가운데 45.2%가 이 기간에 드라이버 클럽을 바꿨다. 3년 이내 교체 비율도 22.1%에 달했는데 고수일수록 교체 주기가 짧다.

티샷 비거리에 대한 골퍼들의 로망을 알 수 있다. 골프 클럽 가운데 드라이버 교체 의지가 가장 강함을 암시한다.

티잉 구역(Teeing area)에서 경쾌한 타구음을 내고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동반자 공을 지켜보면서 혹시 훌륭한 연장 덕분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견고한 구질에 깃든 숱한 시간과 땀은 생각 않고 자기도 한번 쳐보겠다며 동반자 드라이버를 잡는다.

언감생심. 날린 공이 바로 숲속으로 들어간다. 수년 전 황금색 샤프트와 헤드로 구성된 새 드라이버를 동반자가 한 번 휘두르다가 뒤땅으로 헤드에 큰 흠집을 냈다.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남에게 드라이버 넘기는 걸 주저한다.

평균 타수별로도 드라이버 클럽 교체 주기에 차이를 보인다. 79타 이하 고수의 3년 이내 교체 비율은 47.8%에 달했다.

반면 80대 중수들 가운데 드라이버를 3~5년 이내 교체한다는 비율은 51.4%에 달했다. 90대 타수와 100타 이상 응답자들에겐 5년 이상 주기로 교체하거나 교체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높았다.

클럽으로 공을 제대로 맞힌다고 가정할 때 3~5년 지나면 페이스 균열로 반발력이 현저하게 준다고 한다. 1만스트로크를 지나면 드라이버를 교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 군 체력단련장인 용인처인CC에서 고향 선후배와 라운드를 돌았다. 한 명이 계속 3번 우드로 티샷을 날렸다.

우드로 드라이버를 잡은 우리보다 30m는 족히 멀리 공을 날렸다. 후반 들어 간혹 드라이버를 잡더니 공이 왼쪽으로 계속 쏠리고 비거리도 현격하게 줄어 의아했다.

알고 보니 우드 샤프트 강도는 S, 드라이버는 SR이었다. 강한 스피드와 파워를 드라이버 샤프트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체구가 건장한 동반자는 스탠스를 좁게 잡아 우드로 강력한 파워를 구사해 엄청난 거리를 냈지만 드라이버로는 들쭉날쭉이었다. 환갑을 넘겼으니 몸을 드라이버(SR)에 맞추든지 아니면 영원히 우드(S)로만 티샷하든지 선택하라고 짤순이들은 이상한 조언을 했다.

드라이버 샤프트 소재와 강도는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드라이버 구성 요소 가운데 중요도에서 샤프트가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몸과 일체를 이뤄 자기에게 맞는 스윙 궤도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는 그냥 헤드와 그립만 잘 이용하면 굿 샷을 만드는 것으로 여기는데 착각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남성 골퍼들의 샤프트 강도는 S(Stiff, 42.3%), SR(Stiff Regular, 39.8%), R(Regular) 순이었다. 여성 골퍼의 경우 L(Lady, 66.2%)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다음으로 R(Regular, 20%)이었다.

드라이버 교체로 고생한 직장 선배 고민도 다름 아닌 샤프트 강도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파워가 예전 같지 않고 팔과 손에 자잘한 부상도 생겨 레귤러(R)로 강도를 낮추려고 원래 마음먹었다.

하지만 해당 클럽 특성상 샤프트가 주로 시니어용으로 부드럽기에 SR로 해야 한다는 지인들과 매장 전문가 조언을 받아들여 R로 결정했다. 막상 필드에 나가보니 예전 멋진 구질이 나오지 않아 혹시 샤프트 강도 탓인가 하는 고민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이 들면서 샤프트 강도를 놓고 고민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박영민 한국체대 골프부 지도교수는 “체형, 파워, 스피드 모든 게 변하면서 우리 몸은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며 “클럽 교체 후엔 인도어 등에서 지속적인 연습으로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골프장에 예전 클럽도 함께 가져가서 구질이 이상하면 번갈아 사용하기도 하는데 미련을 버리고 단박에 바꾸라고 조언한다. 단 클럽을 교체할 때 검증된 전문가와 상담해 제대로 피팅할 것을 당부한다.

애늙은이처럼 30대부터 레귤러(R) 샤프트를 사용해온 필자로선 낯설게 다가오는 고민거리이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게 변하기 마련이고 변화도 새로움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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