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숨막히는 사진... 비건 쌀 빵의 사연

노광준 2024. 8. 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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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병충해, 학교 감소 따른 납품 위기와 싸워가며 친환경 농사 짓는 농부들

[노광준 기자]

▲ DMZ에서 자란 쑥으로 만든 현미, 무농약쌀 '쑥스테라' 출처 : 임진여울영농조합
ⓒ 임진여울영농조합
"빵 진짜 맛있네. 호텔에서 팔아도 되겠다. 고급져."

의외였다. 빵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였으니. 그런데 오물오물 맛있게 빵을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내 '애들이 너무 좋아하겠다'며 나머지 빵을 바리바리 싸서 냉장고에 보관, 결국 나는 한 조각도 먹지 못했다. 그런 아내에게 이 빵에 담긴 사연을 들려줬다.

이번주 월요일 오전이었다. 우리 허윤선 작가가 이 날 출연할 친환경 농민에 대한 인터뷰 자료와 자료 사진을 톡에 올렸는데, 허걱, 사진 한 장에 시선이 꽂힌다.

얼마나 더웠을까
▲ 한 여름 감자캐는 박용석 친환경 농민 출처 : 임진여울영농조합법인
ⓒ 임진여울영농조합
얼마나 더우셨을까, 섬네일 제목을 '친환경 농민의 올 여름 농사'로 달았다.

방송이 시작됐다. 김희숙 진행자가 대뜸 농민에게 묻는다.

"지난달보다 더 피부가 구릿빛으로 변하셨네요."

정말 그랬다. 방송출연하신다고 말끔한 흰 옷을 입으셔서 그런지 구릿빛 피부가 더 구릿빛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들에 나가신단다. 풀이 거세게 올라오는 통에 반 팔도 입지 못한 채 긴 소매 긴 바지를 입고 낫으로 풀을 벤다. 화학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최소 무농약) 농부들이기 때문이다.

우렁이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에도 기후가 들어가 있었다. 한때 '우렁각시'라며 이쁨 받았던 잡초 먹는 우렁이들이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면서 아예 겨울나기를 이 땅에서 하고 너무 번성해 생태교란종이 되었다. 농민이 계신 연천은 아직은 겨울이 추워서 다행이지만 곧, 곧...

그뿐만이 아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충해들이 엄습한다. 그런 만큼 농부의 손길은 더 바빠진다. 낫으로 풀을 벤다. 우렁이가 다 먹지 못한 잡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폭염과 습한 기후 조건이 왔기에 그냥 놔두면 잡초가 벼를 덮고 잡초씨가 퍼져 내년에 더 많이 자라기 때문이다. 땀에 젖은 채 낫을 들고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은 쓰라리다.

"쓸린다고 하죠. 땀이 나면 쓰라리고 그래요. 그래도 감수하고 풀들을 뽑아내야죠. 정말 저도 저지만... 다른 분들이 그렇게 이 무더위에 낫으로 풀들 뽑아내는 모습 보면 경외감이 느껴져요."
▲ 무농약 논농사에서 잡초뽑기는 피할 수 없는 여름 농사일이다 출처 : 임진여울영농조합법인
ⓒ 임진여울영농조합법인
그렇게 연천에서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 농사를 해온 농민들은 어느새 111명으로 늘었다. 농민과 농토만 는 게 아니다. 수원청개구리 숫자도 늘었다. 연천군 남계리 일대 친환경 농사가 확산하면서 남계리는 멸종위기 1급 수원청개구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는 대규모 서식지로 이름을 알렸다.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는 이들 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이 되었고, 여기에 새우라든지 다양한 생물종들이 관행 농사를 짓는 논에 비해 40%가량 더 많이 산다.

그런데 이런 농민들에게 걱정이 있다. 기후나 날씨, 병충해 걱정도 있지만 가장 큰 고민은 인구수 감소. 이들의 친환경 농산물은 대부분 학교급식으로 납품되고 있는데, 그 학교의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굉장히 빠르게 줄고 있어요. 저희가 학교급식 납품하는 부천 같은 경우는 일년에 초중고 합쳐 3천 명씩 준대요. 국가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친환경 쌀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여러 고민이 돼요."

비건 쌀빵의 탄생

그래서 농민들이 머리를 모아 마련한 대안이 바로 비건 쌀빵이다. 죽도 만든다.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직접 만들어 스스로 판로 개척에 나선 것이다.
▲ 현미와 무농약쌀로 만든 바게트 출처 : 임진여울영농조합 DMZ 미술관 쌀빵갤러리
ⓒ 임진여울영농조합
"제가 돈 많이 버는 재주는 없어요. 재산을 물려줄 순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한테 맑고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는게 맞지 않을까 그 생각에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요 그 농사를 앞으로 계속 지으려면 판로 개척을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요."

박용석 농부는 이렇게 말한다. 친환경 농산물을 사주는 소비자도 친환경 농민이라고.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지구를 지키고 싶다고.

이 글을 쓰면서 아이들이 아직 먹지 않은 빵 한 조각을 먹어본다. 모닝 현미 쌀빵이다. 국내산, 국내산, 국내산, 원료 설명에 국내산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많이 들어간 빵은 처음이다. 빵이 참 찰지다. 가격도 우리 작가님이 검색해 본 바에 따르면 비싸지 않다고 한다. 돈 벌려고 내놓은 게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우리 집은 이번 추석 선물로 비건 쌀빵을 택해보려 한다. 여러분께도 자신 있게 권해드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우리의 이 작은 글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진여울영농조합 DMZ미술관 쌀빵갤러리 https://dmzricegallery.com/

덧붙이는 글 |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되고 있습니다. 최근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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