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위에선 하이힐 필요하지 않아" 성별 논란 복서 반전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가 성별 논란을 의식한 듯 여성성을 강조한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5일 알제리 소재 한 미용 업체의 인스타그램에는 칼리프와 협업해 촬영한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날리던 칼리프가 갑자기 바뀐 화면에서 분홍색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큰 귀걸이와 진한 메이크업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금메달을 보여주며 카메라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영상과 함께 게시물에는 "칼리프는 메달을 따기 위해 미용실에 가거나 쇼핑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그런 기준을 따라야 할 필요성을 결코 느끼지 못했다"며 "그가 세상이 가두고자 하는 틀에 맞게 외모를 바꾸지 않은 것은 그의 메시지를 훨씬 더 깊게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외모가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그는 원할 때 여성스럽고 우아할 수 있지만, 링 위에서는 장식이나 하이힐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칼리프는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에서 우승해 알제리 여자 복싱 역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칼리프가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되면서 대회 내내 성별 논란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가 주관한 복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런 이유로 실격당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을뿐더러 여권에도 여성으로 표시돼 있다며 출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칼리프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았다. SNS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며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칼리프는 자신을 공개 비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롤링을 고소하기도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