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과 합병 보류”…주주 반발에 셀트리온 백기, 재추진 여지 남겨

김경미 2024. 8. 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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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본사.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이 상장 자회사 셀트리온제약과 합병하지 않기로 16일 결정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의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다. 이로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하며 재추진했던 상장 3사 통합은 지난해 말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간 2사 합병까지로 일단락됐다.

셀트리온그룹은 16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각 이사회가 논의한 끝에 현재로선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은 “양사 주주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언제든 검토 가능하다”고 밝혀 재추진 여지를 남겼다.

셀트리온 주주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셀트리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양사 주주를 대상으로 합병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셀트리온 주주 중 합병 찬성은 일부(8.7%)에 그쳤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는 과반수(67.7%)가 합병을 지지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양사 합병 비율에 가장 큰 불만이었다. 셀트리온제약의 가치가 셀트리온에 비해 고평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2배지만 셀트리온제약은 195배로 크게 차이가 난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은 신약 개발에 시너지를 내 종합 생명공학연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합병을 찬성했다. 셀트리온제약 이사회는 “우선은 추진 중인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 이른 시일 내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NH증권 본사 대회의실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 회장이 지분 98.13%를 보유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와 서 회장은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주주 설문조사에서 다수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서 회장과 셀트리온홀딩스가 각각 3.79%, 21.86%를 보유한 셀트리온 주주 설문조사에서 합병 반대 비율이 최종 70.4%,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약 96%가 반대했다.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자금이 지나치게 커져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이재식 셀트리온 이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양사의 합병 추진 결정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지 독립적으로 검토했다”라고 밝혔다.


합병 왜 추진했나


지난 2020년 셀트리온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상장된 셀트리온 3형제’를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를 ‘서정진→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으로 단순화해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실질적으로는 합병을 통해 외부 지적이 계속된 회계 문제를 해소하고 서 명예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면 향후 경영권 승계도 용이해질 수 있다.

그간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만든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바이오 시밀러)을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의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이 구매해 각각 해외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사업구조 때문에, 분식 회계 의혹을 받아왔다.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가짜 매출을 일으키거나 이익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셀트리온의 회계 처리에 고의성은 없었지만 기준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12월 셀트리온이 관계사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했고, 올해는 셀트리온에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을 흡수시켜 3사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10월 셀트리온 주주들이 23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2023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여지 남겨둔 셀트리온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무산이 현재 시점 기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재추진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양사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시너지 창출에 몰두할 것”이라면서도 “주주가 원하면 언제는 (합병을)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해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고평가된 셀트리온제약 주가가 안정화되고 실적이 개선됐을 시점에서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합병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1.34% 오른 19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인 셀트리온제약은 전날보다 1.82% 떨어진 7만5799원에 장을 마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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