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쿠르스크 수자 완전 점령… “전세 전환” “동부전선 약화” 평가 엇갈려

김남중 2024. 8. 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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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접경지인 우크라이나 수미지역에서 우크라이나 탱크가 폭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자동차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주 도시 수자를 점령하고 군사 행정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기습적인 러시아 영토 공격이 1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이번 진격 작전의 득실을 따지기엔 아직 이르며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방어는 오히려 취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수자를 러시아군으로부터 해방했다고 보고했다”면서 “현재 그 곳에 (우크라이나) 군사 행정부를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쿠르스크주의) 다른 여러 마을도 해방됐다”면서 “총 80곳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 점령 지역에 최초의 군사 행정부를 설치했다면서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통제된 영토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AP는 수자 점령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국 군대가 러시아 영토를 침략하고 점령한 첫 번째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자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10㎞ 떨어진 곳이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송유관이 지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와 접한 러시아 쿠르스크에 공격을 시작했다. 시리스키 총사령관은 지금까지 1000㎢에 달하는 러시아 영토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은 쿠르스크와 벨고르드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응 작전을 개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일시적으로 점령했던 쿠르스크 지역의 크루페츠 마을을 탈환했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군 간부들과 회의를 갖고 있다.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 능력을 약화시키고 전쟁 승리를 장담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당혹하게 만드는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쿠르스크 공격은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공격하라는 미 당국자들의 권고를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퇴역 장군인 호주의 군사분석가 닉 라이언은 “이번 우크라이나 작전은 전쟁의 현상을 재설정하고, 전쟁의 전망에 대한 내러티브를 바꾸기 위한 매우 중요한 노력을 보여준다”고 AP에 말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트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꾸준한 진전 속도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격이라는 “대담한 도박”이 조만간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군사전략가의 분석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병력을 이동시키거나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징후는 현재까지 없다. NYT도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러시아군을 격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이번 공격에 상당한 병력을 투입한 탓에 병력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러시아 영토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영토로 다시 철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 영토 점령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점령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러시아의 많은 군사 시설을 실제로 파괴하고, 러시아군의 잔재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포격과 탄도미사일 타격이 가능한 선 너머로 밀려나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중심으로 안보 지대를 형성하고, 군사 물류·저장 기지, 훈련소·장비 밀집 지역을 포함하는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술을 테러로 규정하면서 이번 작전이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원 아래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16일 공개된 이즈베스티야 인터뷰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행동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미국 지도부 주장은 현실과 들어맞지 않는다”며 “그들의 참여와 직접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로 진군하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범죄행위는 신나치 우크라이나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는 예감한 데에서 비롯됐다”며 “쿠르스크 지역에서 작전은 나토와 서방 특수부대 참여로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했지만 개입 가능성은 일축해 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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