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美민주당 전당대회…전·현직 총출동 '해리스 옹립식'
오는 19~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선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단상에 올라 연설한다. 이들 외에도 민주당의 핵심 인사 전원이 총출동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 앞서 당 차원의 전면적 지지 의사를 피력할 예정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과정에서 분열했던 민주당이 해리스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선언하는 의미의 출정식이 될 거란 의미다. 이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출신 대통령 또는 역대 대선 후보가 모두 불참한 가운데 사실상 ‘나홀로 대관식’을 진행했던 것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통상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5일 이미 해리스를 후보로 확정했기 때문에 별도의 대의원 투표는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이번엔 민주당의 단합을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NBC 뉴스는 지난 14일 해리스 캠프 인사들을 인용해 “민주당 진용(team blue)이 ‘(당내)모든 집단이 여기에 모였다’는 의미의 라인업을 강조해 형성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해리스의 찬조 연설자로 나서기로 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먼저 테이프를 끊는 이는 현직 대통령 바이든이다. 그는 전당대회 첫날인 19일 전당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고령 논란을 빚으며 재선을 포기한 그가 ‘해리스를 위한 축제’에서 개회사에 해당하는 연설을 하는 것 자체가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 해리스는 본격적인 캠페인 국면에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사실상의 선거 구호로 사용하고 있다.
2008년 ‘오바마 승리팀’ 대거 합류
바이든에 이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20일 연단에 선다. 특히 오바마는 이번 선거에서 단순히 전직 대통령의 위상을 뛰어넘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해리스 캠프의 핵심이 ‘오바마의 사람들’로 개편됐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캠프를 인수하면서 총괄을 맡았던 오마이 딜론을 그대로 기용했고, 선거 본부도 델라웨어 윌밍턴에 그대로 두면서 당내 동요를 차단했다. 동시에 2008년 오바마 캠프의 매니저였던 데이비드 플러프, 조직 담당 미치 스튜어트를 비롯해 백악관 공보국장을 맡았던 젠 팔미에리, 선거 광고 담당 짐 마르골리스 등을 불러들여 핵심 업무를 맡겼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지난 6일 해리스가 팀 월즈 부통령 후보 지명자와 처음 유세를 시작한 펜실베이니아는 2008년 오바마가 빗속 유세로 돌풍을 일으켰던 곳”이라며 “현재 분위기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16년 전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월즈 소개는 클린턴…해리스는 누구?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정·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이다. 먼저 21일엔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나서는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월즈의 연설에 앞서 연단에 올라 사실상 월즈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22일엔 해리스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로 전당대회가 마무리된다. 민주당은 현재까지 해리스의 연설에 앞서 누가 무대에 오를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공식 연설자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후보의 출정식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바이든 사퇴 직후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민주당 주요 인사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또 그의 고향은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다. 해리스에 앞서 2016년 대선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 목전까지 갔다가 트럼프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연설은 전당대회 첫날인 19일로 예정돼 있다.
‘허니문’ 종료…해리스 실력 증명해야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해리스의 대선 출정식인 동시에 11월 5일 대선까지 80여일간 지금까지의 기세를 끌고 나갈 수 있을지 평가하는 시험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해리스는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지난 15일 116개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전국 기준 지지율에서 48.2%를 기록하며 46.8%인 트럼프를 1.4%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사퇴한 지난달 21일 기준 바이든이 43.3%의 지지율로 트럼프(46.6%)에게 3.3%포인트 뒤졌던 상황을 3주일 만에 뒤집으며 성공적인 ‘선수 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다.
해리스는 전국 주요 경합지를 돌며 매번 1만명 이상의 지지자를 집결시키는 등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캠프에선 전당대회 기간인 오는 20일 트럼프가 전당대회를 했던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체육관에서 공화당 전당대회에 버금가는 대형 유세를 벌여 흥행의 기세를 시카고로 이어간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가 후보 교체에 따른 일시적 ‘허니문 효과’일 가능성도 있다. 해리스는 아직 심층 인터뷰에 응하거나 자신만의 구체적 정책 구상을 제시한 적이 없다. 바이든 후보 사퇴의 결정타가 됐던 트럼프와의 TV 토론이 다음달 10일로 예정돼 있는데, 해리스의 ‘실력’을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기회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사설을 통해 “해리스는 트럼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정책과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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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1968년’ 우려…첫 관문 될 시위대
해리스의 ‘대관식’을 앞둔 민주당에선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국 200개 이상의 단체가 모인 ‘디엔시 행진(March on the DNC 2024)’이 전당대회 첫날과 마지막날 수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이스라엘 지원 중단 요구’ 시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해리스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 층 표심에 직결돼 있다. 게다가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는 팔레스타인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해리스는 지금까지 유세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유권자들의 항의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이번 시위가 팔레스타인 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해리스가 반드시 설득해야 할 이민자·노동자·성소수자 등도 함께 참여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한다.
민주당이 경계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의 전당대회’로 불리는 1968년 시카고 전당대회의 재현이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격렬했던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장 주변에선 대규모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졌고, 최루탄이 동원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이어졌다. 만약 이번 시위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 경우 해리스에게는 등판 후 첫 시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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