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덕선' 탈출인가, 이혜리 인생작 나왔다
[장혜령 기자]
▲ 영화 <빅토리> 스틸컷 |
ⓒ ㈜마인드마크 |
만년 꼴찌 거제상고의 축구부를 위한 명분까지 완벽하게 세팅했다. 세현은 서울과 미국에서 배운 치어리딩을 뽐내지만. 댄스 동아리 부활을 꿈꾸던 목적의 필선과 미나의 계획을 눈치채고 그만두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오합지졸 멤버를 모아 '밀레니엄 걸즈'가 탄생하고. 세현을 리더로 축구부의 우승을 향한 열정 만랩 치어리딩을 펼치게 된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어렵게 얻은 연습실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더 해갈 무렵, 조금씩 춤과 치어리딩에 빠져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게 된다.
▲ 영화 <빅토리> 스틸컷 |
ⓒ ㈜마인드마크 |
그때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인기가요 플레이리스트가 나올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거려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축구부를 향한 응원이었지만 스크린을 뚫고 전해지는 기운이 상당하다. 즐겁고 아름다웠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위안뿐만 아닌, 그 시절을 살아 낸 모든 이를 응원한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문화 현상과 힙합, 댄스, 발라드, 아이돌 장르가 혼재된 문화의 소비 주체였던 현 중장년층을 향한 존경도 빼놓지 않았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원준, 디바, 조성모, NRG, 터보, 지니 등 명곡이 삽입돼 즐거움을 안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써니>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노스탤지어 영화다. 1986년 거제고 축구부를 응원하기 위해 결성된 거제도 최초 치어리딩 팀 새빛들을 모티브로 한다. 시대를 1999년으로 옮겨 오며 박범수 감독의 경험을 넣고 시대상 고증에 힘쓴 각본이 힘을 발휘한다. 최근 MZ 세대의 유행 열풍으로 자리잡은 복고풍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기획이다. 콘텐츠 대세가 된 도파민에서 잠시나마 해방돼 순수하게 뇌를 비워 낸 느낌이다.
▲ 영화 <빅토리>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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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캐릭터와 착 붙는 이야기도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안긴다. 필선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동생들을 건사하느라 바쁜 'K장녀' 미나, 남아선호사상 그늘에 가려진 세현의 서사는 세대를 넘어 공감된다. 이질적일 수 있는 조선소 하청업체의 갈등은 9명의 캐릭터 서사에 자연스럽게 안착돼 있다. 부모와 자식 세대의 갈등은 후반부 부녀 관계를 넘어 더 큰 관계로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 영화 <빅토리>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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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기 위한 장치로 여긴다면 무해함을 장점으로 밀어붙일 소박한 텐션이다. 여름 시즌에 어울리는 청량한 분위기, 청춘의 에너지는 사실상 '조용한 IMF'로 불리는 경기 침체, 극장 위기론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데 일조한다. 아름다웠던 전성기를 보낸 세대에게 제2의 전성기를 격려하는 밝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힘을 보탤 힐링 영화로 손색없는 이야기다.
<빅토리>는 16일부터 싱어롱 상영회를 열어 1990년대 명곡을 직접 따라 부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또한 배우 박진주의 목소리로 엔딩 크레딧의 'Victory'를 감상하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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