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미쳤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재난 영화로 일냈다

장혜령 2024. 8.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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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트위스터스>

[장혜령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트위스터스>는 121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쥬라기 월드> 제작진이 뭉쳐 만든 재난 블록버스터다. 1996년 작 <트위스터> 이후 28년 만의 속편이지만 전편과 상관없이 볼 수 있다. 처음 보더라도 수월하게 따라올 수 있도록 친절하다.
 영화 <트위스터스> 스틸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토네이도 쫓는 사람들의 분투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토네이도 본고장 오클라호마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보는 일을 즐겼다. 하지만 대학 시절 혼합물 실험에 실패하고 고향을 떠나와 뉴욕의 국립기상청 연구원으로 일하며 무료한 일상을 산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매료됐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살던 그에게 토네이도를 연구하는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5년 만에 찾아왔다. 하비는 자신이 일하는 '스톰 파(토네이도 분석 시스템 개발 회사)'에 합류해 달라고 한다. 케이트는 내키지 않았지만, 하비의 절절한 설득에 마음이 움직인다. 또 못다 한 숙제를 마무리해야 할 거 같은 마음에 결국 고향에 돌아가기로 한다.

이곳에서 3차원 토네이도 스캔이 간능한 기계 도로시를 개발한 하비는 비밀 후원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 연구에 성공한다면 지역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도 한다. 연구의 성공을 위해 측정값을 얻으려면 토네이도에 근접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케이트는 5년 전 트라우마 때문에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일을 한다.

그러던 중 일명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난다. 토네이도 하나를 두고 내기라도 하듯 경쟁을 펼치던 케이트와 타일러는 상상도 하지 못한 역대급 토네이도에 맞서 정면 돌파해야 할 위기를 맞는다. 거대한 자연 앞에 대항하는 건 무가치한 일일까. 케이트는 회의감이 든다.

<트위스터스>는 시리즈 <만달로니안> 시즌 3에서 SF와 특수효과, 액션 경험을 쌓은 정이삭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앞서 한국을 찾은 정이삭 감독은 "미국 아소칸 주에서 나고 자란 토네이도 경험이 큰 힘이 됐다"며 원작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전작 <미나리>에서 인정받은 것처럼 캐릭터 감정 묘사와 이야기를 깊이감 있게 표현해 단순한 재난 영화 이상의 영화를 만들었다.

드라마 <노멀 피플>, <우주전쟁>,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통해 얼굴을 알린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탁월한 감정 묘사도 인상 깊다. 그는 무언가를 사랑하기에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 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있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 등을 잘 표현했다.

실험 실패 후 고향을 떠났지만, 다시 돌아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케이트'는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대표작 <가제가 노래하는 곳>에서 보여준 '카야'만큼이나 진취적이다. 카야가 자연을 벗 삼아 생존했다면 케이트는 자연을 길들여 성장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영국 출신의 배우다.
 영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원작의 충실한 이해와 오마주

영화는 원작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마주가 가득하다. 대피소가 극장으로 나온다거나 허공에 민들레 홀씨는 부르는 장면 등 <트위스터>(1996)의 유산을 이어받아 현대적 정체성을 더했다. 오프닝에 선보이는 자연재해 장면은 압권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가운데 대자연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사투를 벌이는 도전 정신이 교차된다. 속수무책인 자연의 경고를 이겨내려는 내적 욕구,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은 숭고하게 느껴진다.

파괴된 일상, 인명.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현실감을 자아낸다. 토네이도의 위력에 한 마을이 초토화되는데, 마을 재건과 관련한 내용도 놓치지 않고 다룬다. 토네이도는 여전히 생성 원인, 소멸 방법 등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기에 호기심을 끌 만하다.

<트위스터>는 광활한 평지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토네이도의 모습과 움직임, 위력을 담았다. 이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특수 상영관에서 보길 권한다. 마치 토네이도가 근처에 있는 듯한 생생한 체험과 극장의 존재 이유까지 새길 기회다.

영화에는 한국 관객이라면 반가울 한국어 대사 "대박, 미쳤다"도 나온다. 한국 관객을 위한 이벤트인지 정이삭 감독의 친구이자 프로듀서를 한국 관광객으로 설정했다. 시원한 액션과 파괴력 막강한 볼거리는 물론 감정적인 서사와 연기가 시너지를 내는 웰메이드다. 영화가 끝난 후 에필로그 영상은 후속편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처럼 보인다.
 영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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