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직격탄 맞은 곳에 한식 전파? '정글밥' 제작진이 간과한 것
[김종성 기자]
'아이디어 도둑질' 논란까지 빚었던 SBS '정글밥'이 활짝 웃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첫 회의 시청률은 3.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하면 5.6%까지 높아진다. 화제성 지표인 '2049 타깃 시청률'은 1.8%로 동시간대 1위를 달렸다. '정글밥'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SBS는 '돌싱포맨' - '정글밥'으로 이어지는 황금 라인업 구축에 성공했다.
사실 이번 프로그램의 관건은 두 가지였다. 우선, '김병만'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했다. 제작진은 '정글밥'과 관련해 '토사구팽'을 언급하며 서운함을 드러낸 김병만과의 갈등에서 최대한 몸을 낮췄다. 분란을 최소화해 시청자들이 불편함 없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김병만은 (일자리를 잃은) '정글의 법칙' 제작진들과 의기투합해 유튜브 채널 '정글 크래프트'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SBS |
"우리의 장이나 한식 조리법을 전수하면 전 세계 한식이 살아남는 거죠. 그래서 여기(정글) 오게 됐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류수영)
류수영은 26년 지기 절친 '자연인 '이승윤을 비롯해 서인국, 유이와 함께 남태평양의 바누아투로 떠났다. 하지만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출국 일주일 전 에어 바누아투 국영 항공사가 재정난에 빠지면서 운항이 모두 취소된 것이다. 공항이 폐쇄되고 항공사가 파산한 상황, 결국 출연진들은 여러 번의 환승을 거쳐 22시간 만에 바누아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도 포트빌라에서 하루 묵게 된 멤버들은 중앙 시장으로 향해 현지식을 맛봤다. 시장에서 현지인들을 만난 서인국은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너무 반갑게 맞아 주셨다"며 "그래서 행복지수 1위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인상을 전했다. 이후 최종 목적지 타스마테 마을까지 이동 전에 식재료를 구입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중반 이후에는 류수영이 직접 만든 묵은지 주먹밥을 먹은 현지인들이 엄지를 들며 감탄하는 장면, 타스마테에 도착한 멤버들이 마을 어린이들의 환영에 감동하는 장면이 담겼다. 멤버들 모두 바다에 뛰어들어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뭉클하게 연출됐다. 후반에는 류수영의 바누아투 주방 적응기가 예고됐다. 멤버들도 류수영을 제대로 서프트하기 위해 결의를 다졌다.
제작진이 굳이 오세아니아의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바누아투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 방영된 '정글의 법칙 in 바누아투' 편의 좋은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까. 실제로 바누아투는 천혜의 자연 경관이 펼쳐져 있고, 자연만큼 풍요로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게다가 한식의 불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작진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SBS |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2023년 4월 26일 유엔대학 환경 및 인간안보 연구소가 발간한 세계위험도지수(World Risk Index)에 따르면, 바누아투가 극한 자연현상에 대한 높은 노출로 인한 위험도가 가장 높은 나라 1위에 꼽혔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세기 안에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넋놓고 있을 수 없었던 바누아투 정부는 과감하게 화석연료 퇴출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관광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고, 재앙적인 사이클론으로 인해 피해가 누적되면서 국가 경제는 악화일로에 빠졌다. '정글밥' 멤버들을 태우기로 했던 에어 바누아투가 파산한 건 그 때문이다. 이것이 바누아투의 현실이다.
'정글밥'은 어떤 바누아투를 담고 있나. 천혜의 절경이 펼쳐지는 오지이지만 행복지수 1위의 곳이다. 출연진들은 바누아투의 아룸다움에 감탄한다. '정글밥'의 김진호 PD는 "요즘 세상살이가 팍팍해서 힐링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행복지수 1위 국가 바누아투를 첫 나라로 택했다"고 밝혔다. 그 애틋한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바누아트가 처한 곤경을 모른 척해도 되나 싶어 불편했다.
예능이어도 해외로 나가서 그곳의 모습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그곳을 둘러싼 현실적인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식을 맛보여 주겠다는 마음으로 찾아간 바누아투여도, 그곳을 둘러싼 어려움에 대해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할애해 다뤘다면 어떨지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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