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니즘’에도 꺾이지 않을 대륙서점의 가치 [공간을 기억하다]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1987년 간판 그대로…서울 성대시장을 지키는 대륙서점
1987년 문을 연 대륙서점은 서울 동작구 상도3동의 성대전통시장 안에 위치하고 있다. 그때 그 간판 그대로, ‘오래된 서점’의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인기 도서는 물론, 환경 관련 책, 여행 잡지까지. 다양한 도서들이 비치된 서가와 대화를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점이 문을 연 이후 주인은 두 번 바뀌었으며, 참고서를 사기 위해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서점 안의 풍경도 이제는 달라졌지만, 김소영 대표는 ‘대륙서점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이기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대륙서점을 이어받아 5년째 운영 중이다.
대륙서점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간판은 그대로 두고, 내부 구조도 거의 그대로 이어가며 변화를 최소화했다. ‘버스 정류장 앞’이라는 공간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문도 열어두고 있다. 동네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대륙서점으로 들어올 수 있게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며 ‘마을에 하나쯤 있어서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 지속 어려운 ‘동네서점’이지만…그럼에도 이어나가고픈 가치
김 대표는 대륙서점의 운영자이자 환경운동단체 에너지 슈퍼마켙의 활동가이기도 하다. 대륙서점은 에너지 슈퍼마켙이 운영하는 서점으로, 김 대표는 “개인이 운영을 했으면 지속하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동네서점’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으며, 오프라인으로 책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이들은 다양한 책을 접하고, 살 수 있는 대형서점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먹고사니즘’이라고 하지 않나. 먹고사는 일이 힘든데 모여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서점이 자리한 전통시장까지도 어렵다. 자연스럽게 영상으로 향하는 눈까지, 책이 우선순위에서 굉장히 밀리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물론 독서 모임을 통해 ‘함께’ 책을 읽거나, SNS 등을 통해 ‘챌린지’를 하며 책을 읽는 문화가 확산이 되는 등 젊은층 사이에서 ‘독서’가 하나의 ‘힙한’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김 대표는 “하나의 트렌드인데, 그것은 계속 옮겨가는 것이라고 본다. 아이템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책의 힘’을 믿었다. 그리고 이것이 대륙서점은 물론, 동네서점이 어려움 속에서도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전히 책이 가장 좋은 도구라는 믿음은 있다. 모든 학습의 기초라는 생각은 한다. 아이템이 계속 바뀌겠지만, 그럼에도 책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을 동네서점에서 구매해야 하는 건 다른 문제”라면서도 동네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좀 더 다양한 가게를 통해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는 ‘동네서점’을 향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데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그만큼 포장지를 비롯한 쓰레기가 나오게 되고, 대형 서점까지 이동하는 차비, 에너지 등도 없지 않다. 나는 동네서점에 방문하고, 또 동네서점을 통해 주문을 하는 생각까지는 갈 수 있도록, 홍보나 이런 것이 동반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꼭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더라도, 책과 함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김 대표는 “그래도 이 동네의 오래된 서점인데, 사라지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이 동네에 나름 멋이 있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서점을 동네가 지킨 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어찌 됐건 이 서점을, 그 가치를 지켜내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누군가는 알면 된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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