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갈라진 광복절…'양시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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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대립의 빌미를, 역사에서 찾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제국주의 세력의 국권 침탈도, 분단도, 전쟁도, 그 무엇도 자유를 향한 우리의 힘찬 전진을 막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일제의 국권 침탈로 인한 국민적 아픔을 뭉뚱그리는 말이었다.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난 것, 1948년 8월 15일 임시정부(1919년 수립)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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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대립의 빌미를, 역사에서 찾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15일 이종찬 광복회장이 어절을 끊어가며 한 말이다. 이 회장의 말에 광복회 회원들 사이에서는 차분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광복회는 정부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자체 행사를 열었다. 광복회 설립 59년 만에 처음이다. 국회도 찢어졌다. 정부 경축식에 참석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광복회 기념식에 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시민사회와 또 다른 별도 기념식을 연 진보당, 어느 곳에도 참석하지 않은 새로운미래 등 제각각이었다.
이날 광복회가 주최한 행사는 야당 인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당내 지도부 선거를 목전에 둔 민주당 의원들은 더 활기를 띠었다. 이재명 대표 후보는 '경축 제79주년 광복절'이라고 적힌 화환을 보냈고, 김두관 대표 후보는 중앙 쪽 좌석에서 내빈들과 악수했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민석·강선우·한준호 의원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선거 때 후보들이 행사를 빠지겠냐마는, 광복절 행사장마저 '나를 뽑아달라'는 홍보의 장이 됐다.
광복회가 정부 행사에 참가를 거부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때문이다. 하지만, 밑바닥에는 '건국절 제정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이 회장은 김구 선생을 기리는 곳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건국절이 만들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건국절이냐"며 "건국절을 만들면 얻는 것은 단 하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건국 아버지'라는 면류관을 씌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 본인도 해명하고 대통령실도 중재했듯 "건국절 제정은 없다"는 주장에도 이 회장의 불안감은 여전해 보였다.
같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낸 광복절 경축사를 들으면 이 회장의 불안이 이해도 된다. 이 회장이 '건국절'을 염려하는 것은 '김구 지우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일제강점기 책임 요구'가 옅어질 수 있다는 그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자유 통일'은 언급하면서도 일제강점기에 관한 일본 정부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말은 없었다. "제국주의 세력의 국권 침탈도, 분단도, 전쟁도, 그 무엇도 자유를 향한 우리의 힘찬 전진을 막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일제의 국권 침탈로 인한 국민적 아픔을 뭉뚱그리는 말이었다. 정부는 왜 친일 논란을 반복하나. 또 광복회는 '갈라진 광복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주도하면서 분열의 빌미를 주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나.
양비론을 넘어 양시론이 필요한 때다.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난 것, 1948년 8월 15일 임시정부(1919년 수립)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다른 모든 공과를 제외하고 '건국'에의 역할과 책임을 따지면 백범 김구 선생과 이승만 초대 대통령 모두 존경받아야 한다. 그런 한편 윤 대통령이 밝혔듯 분단은 곧 미완의 광복이다. 일제강점기라는 과거사 청산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남한 단독으로 정부를 수립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을 인정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설 때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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