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이 1일1식하는 진짜 이유, 레전드는 역시 다르네

이준목 2024. 8. 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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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준목 기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갈무리
ⓒ tvN
"제 나이는 고민해야 하는 나이이고, 보이지 않는 무게들이 있는 나이다. 그래서 50대가 어렵다. 우리 나이대는 실수의 양을 줄이는 게 필요하고,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무수히 나를 다잡는 연습을 통해 이제는 '완성형 인간'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무르익은 매력을 뽐내는 '미중년'의 아이콘 배우 차승원이 지난 1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에서 철저한 자기관리의 비결과 철학을 밝혔다.

그는 연기, 패션, 예능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어느덧 50대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외모만큼이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유퀴즈> 방송 초창기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출연하게 된 차승원은 신작인 추격 액션 스릴러 <폭군>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예능 활약상 또한 연기 못지않게 차승원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연기에서의 도회적이고 강인한 캐릭터와는 달리, 예능에서는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하며 요리와 살림에도 능한 섬세한 반전 매력을 선보여 호평을 자아냈다. 특히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시리즈는 차승원에게 '차줌마'라는 별명까지 만들어준 예능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삼시세끼>는 저한테도 되게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유해진씨와 종종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가 찍는 영화나 드라마같은 작품을 통틀어서도 스페셜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도 10주년을 맞이해 또 촬영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동갑내기 배우 유해진과는 <삼시세끼>를 비롯해 여러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실제로도 오랫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형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의외의 절친 케미는 '예능판 브로맨스'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차승원은 여러 인터뷰에서 "나의 유일한 친구가 유해진"이라고 할 만큼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승원은 유해진과의 관계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풀리지 않는 방정식' 같다고 했다.

"유해진과는 이견이 있어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이다. 우리는 전혀 다른 색깔의 사람이고 서로가 그것을 안다. 각자의 마지노선을 알고 서로 그 선을 넘지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지금까지 관계가 유지될 수 있지 않다 싶다."

이어 "유해진은 '차곡차곡'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곳간을 잘 채워나가서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는 사람이다.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투지가 생기게끔 만드는 좋은 경쟁 상대"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유재석 말 듣고 예능 대하는 태도 바뀌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갈무리
ⓒ tvN
차승원은 <삼시세끼> 출연 당시 전문 요리사 뺨치는 뛰어난 요리실력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집에서도 평소에 요리를 안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일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현장에서 셰프가 대신 만들어준다'는 루머나 '음식 양을 너무 적게 한다'는 비판 등 <삼시세끼>를 둘러싼 여러 설화를 해명하기도 했다. 차승원은 "쇠도 씹어먹을 장정들에게 어떻게 음식을 저렇게 조금 주냐고 하더라. 내가 무슨 음식을 주기 싫어서, 손이 요만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라. 그건 나에 대한 명백한 마타도어(흑색선전)다"라고 위트 있게 반응했다.

실제로는 음식을 많이 만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남으면 다 버려야 해서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그는 "아마도 시청자들은 풍족하게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우신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촬영에서도 버리는 음식 없이 딱 정량만큼만 했다. 저는 제 방식대로 할 것"이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흔히 예능을 홍보의 도구나 번외활동 정도로만 생각하는 톱배우들과 달리, 차승원은 "나에게 예능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예능 장르에 대한 남다른 존중과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우리 일을 하는 사람들의 본질은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예능이라는 장르는 그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승원은 <유퀴즈> MC 유재석과도 예능에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2005년 유재석과 함께한 <무한도전>의 '연탄 나르기 미션'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되곤 한다. 유재석은 "차승원 형님이 오실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 땡볕에 흔쾌히 와주셔서 몸을 사리지 않고 촬영하더라. 그때 이분이 예능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남다르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차승원 역시 "유재석을 보면서 사람이 저렇게 성실하고 치열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나도 그만큼 성실하고 치열하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모먼트(계기)가 됐다"며 "촬영 끝나고 유재석과 통화하면서 '예능 너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저한테 큰 울림이 됐다. 이 사람은 정말 자기 일에 대한 소중함, 감사함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저의 예능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차승원은 "예능은 쉽게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굉장히 위험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예능은 대본이 없기에 자기의 원래 기질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간 예능을 해온 유재석 같은 분들을 보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편적·포괄적이라는 건 공부가 없이는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예능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철저한 자기관리 이유 "우린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으면 그때가 엔딩"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갈무리
ⓒ tvN
과거 '차승원 어록'으로 불리우는 연예인의 '4가지 매력론'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한 방송에서 "능력이 없으면 열정이 있어야 하고 열정이 없으면 겸손해야 하고, 겸손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기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 차승원은 2024년 버전으로 '4가지 경쟁력론'을 제시하며 경쟁력 있는 실력·가격(몸값)·성품·외형을 꼽았다. 그는 "모든 요소가 기본 50점 이상은 된다는 전제 하에 두 가지 이상은 갖춰야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만의 지론을 밝혔다.

"경쟁력 있는 성품과 실력을 갖추면 가장 최고, 경쟁력 없는 가격과 실력이면 최악"이라고 진단한 그는 "경쟁력 있는 실력인데 경쟁력 없는 성품이면 언젠가 탄로난다. 경쟁력 있는 외모만 있으면 언젠간 사그라든다. 경쟁력 있는 외모에 성품이 더해지면 오래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 가지를 다 갖추기는 어렵다. 제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성품 정도"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차승원은 톱모델로 한창 주가를 높이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연기자로 전향했다. 초창기에는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등 코미디 영화의 단골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흥행배우로 입지를 다졌고,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낙원의 밤>의 잔인하고 카리스마있는 조폭, <우리들의 블루스>의 가난한 소시민적 중년남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로 진화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역 제의를 받았을때 처음에는 의아했다고. 자신에게는 없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노희경 작가로부터 "차배우님에게는 그런 모습이 충분히 있다"는 격려를 듣고나서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차승원은 "나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수면 위로 띄워주는 분들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얼굴만 계속 쓰다 보면 스스로 고착되고 더이상 보여줄 게 없어진다. 우리는 더이상 보여줄 게 없으면 그때가 엔딩"이라는게 배우로서 차승원의 소신이다. 그래서 그는 50대의 나이에도 정해진 일과에 따라 1일 1식을 하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를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한다.

그는 "우리는 공짜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내 몸을 신성한 사원같이 정갈하게 유지하고 싶다. 이 일을 하는 이상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싶다. 그게 저를 보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한다"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차승원은 '멋있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그는 "50대면 인생의 계단으로 봤을 때 내려오는 시기다. 흔히 내려오는 것을 두려워할 때가 있는데, 계단이 툭 떨어지는건 아니니까.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면 내려오는게 계단이 있으니 잘 내려오면 된다. 계단을 어떻게 내려오느냐가 지금의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 사람들은 저 끝이 낭떠러지이거나 지옥일 것이라는 굉장한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 정점의 반대편에도 내려갈 계단이 있으니 끝까지 잘 내려가보자'는 마음을 가지면 좀더 편안해진다"며 성숙하게 세월에 대처할 수 있게 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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