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국장 죽음 조사해야...한국 부패 선진국 될 수도"

김성수 2024. 8.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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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투명성기구 회장, 프랑수아 발레리앙 박사

[김성수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을 조사·지휘했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김아무개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관련 기사 : "숨진 권익위 간부, 그는 '가슴 따뜻한 포청천'").

나는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반부패 활동을 하다 그를 만났고 '반부패전문가'인 그는 권익위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1남 1녀의 다정한 아빠였던 고인은 지난 20년간 반부패를 호흡처럼 생활로 실현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있었을진대, 그가 사랑하는 처자를 남겨두고 그런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 느꼈을 그 모멸감을 상상해 보니 나도 아찔함을 느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죽음에 책임 있는 자들은 꼭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지난 1995년부터 세계은행 등 13개 국제기관의 국가분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각국의 공공부문 부패수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조사하여 매년 전 세계에 발표한다. 이번 '권익위 국장 사건'이 우리나라 부패지수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고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국제투명성기구 회장인 프랑수아 발레리앙 박사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김 국장 죽음, 상관의 직권남용 등 철저히 조사해야"
 프랑수아 발레리앙 국제투명성기구 회장
ⓒ 프랑수아 발레리앙
- 지난 8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한 수사를 총괄했던 권익위 반부패국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나는 김 국장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나.

"내가 가진 정보가 한계가 있어서 구체적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 경우 고인에게 가해진 상관의 부당한 압력과 자신의 정의로운 판단 사이의 괴리가 컸을 것으로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다."

- 김 국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사건을 수사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권익위 수뇌부에서 종결을 밀어붙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권익위라는 부패방지기관에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받았다고 신고 받은 그런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 권익위가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조사하고 처분하지 못 했다면, 이를 권한이 있는 소추 기관에 송부 또는 이첩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 권익위 수뇌부가 고인의 뜻과 배치되는 결정을 하도록 했다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 사안과 관련하여 만약 권익위 내부에서 고인의 상관들이 부패방지 실무책임자인 고인의 의견을 묵살하고 나아가 그에게 법령에 어긋나게 업무를 진행하도록 강요하여 고인이 그런 죽음에 이르렀다면, 직권남용 등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 현재 한국 권익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권익위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뇌물수수에 대해 보고를 받았지만 조사하지 않고 종결했다. 그것은 반부패기관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이다. 권익위는 부패 관련 업무 외에 고충처리 기능과 행정심판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데,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진단에 따르면 현 권익위는 위원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감이 취약하다.

즉, 권익위는 위원 15명 중 국회(여야)와 대법원장이 각 3명씩 추천하는데 비해 대통령 등 정부가 위원장과 3명의 부위원장, 3명의 상임위원을 포함 9명을 임명, 위촉하기 때문에 권력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성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반부패기구의 위원들은 권력을 쥐고 있는 인사들과 개인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일이다. 이해충돌이 생겨서 올바른 결정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 권익위 김 국장 사건과 관련해 야당인 민주당 등은 청문회나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행한 죽음을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제투명성기구는 비정파적인 운동이어서 특정 정당에 편들기는 어렵다. 다만 고인이 권익위 내부의 상관들로부터 부당한 판단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받아 죽음에 이른 것인지 여부와 그 내용을 드러내어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은 입법기관의 당연한 책무 아니겠는가? 먼저 정부나 국회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법 앞에 '성역' 없어야,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 무너진다"

- 국제투명성기구 차원에서 한국 권익위에 대해 어떤 정책이나 제도적 권고사항이 있는지?

"반부패기관은 국민적 기대와 신뢰가 생명인데, 이들은 전문성과 자율성, 정치적 중립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나는 최근 한국투명성기구가 논평을 통해 '권익위가 독립적인 반부패 청렴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권익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을 알고 있다. 고인의 죽음이 한국의 권익위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김 여사처럼 한 사람이 '성역', 즉 '법 위에 있는 존재가 될 때' 무엇이 문제가 될 수 있나?

"법 앞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 한국 검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보도에 따르면, 한국검찰은 '수사와 기소'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을 찾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이다. 또한 한국의 여당 대표뿐 아니라 권익위를 포함한 정부 요직 인물도 모두 검찰 출신이다. 심지어 금융감독원장도 검찰 출신이다. 한국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했다. 한 기관이나 집단이 견제 받지 않고 정부기관을 독점할 때 민주주의는 위협받는다."

-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사건이 향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부패인식지수는 몇 개의 직접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그 사회에 뇌물과 횡령이 얼마나 편만(widespread)한지를 인식을 통해 측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개별 사건이 부패인식지수 점수의 등락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국의 부패상황이 개선 또는 악화의 정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부패인식지수를 통해 나타난다. 이것이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 받고, 또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그 나라에서 어떤 반부패 노력이 성과를 거두는지 더하고, 부패의 심각성을 빼고 하면 앞으로의 점수는 예측 가능하다."

- 한국에서 더욱 부패를 줄이고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윤석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투명성기구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통령과 그 측근이 가장 큰 부패의 원인이라고 응답자들이 답변했다. 게다가 응답자의 47.8퍼센트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지도력이 약하다고 답변했다. 유교적 전통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다. 하지만 한국투명성기구는 이러한 인간관계가 자주 부패의 연결망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 최상층의 엘리트 네트워크, 즉 '끼리끼리' 문화는 부패가 작동하는 중요한 통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권익위 김 국장이 숨진 비극적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국이 세계 속의 인권후진국, 부패선진국이 될 것이다."
프랑수아 발레리앙 박사는
프랑수아 발레리앙 박사는 지난 2023년 투명성기구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투명성기구의 여러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불법금융흐름, 정치부문 청렴성 소송분야에서 활동했다. 또한 국제투명성기구 기업청렴성 증진 프로그램의 리더였고 G20국가의 국제금융규제, 부패방지, 투명성제고에 관한 업무를 총괄했다. 이전에 그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모두 일했다. 프랑스 탄광노동조합과 사회협약을 협상했고 국제금융 분야에서 일했다. 경제평론지인 <광산산업분석> 잡지의 편집장을 지냈고 프랑스 국립공예대학(CNAM)에서 재무학과 금융규제학 등을 가르쳤다. 여러 책을 썼으며 역사학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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