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마음

2024. 8. 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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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30대까지의 40년이 인생의 전반전이라면, 40대부터의 40년 정도가 인생의 후반전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이제 나도 인생 전반전이 끝나가는 시점이 오면서, 후반전을 맞이해야 할 한가지 마음가짐을 생각한다.

상속 문제로 가족 간에 분란이 생기거나 동업자 간에 원수가 되는 것도 인생 후반전에 많이 일어난다.

퇴사 이후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해서 전 재산을 잃거나 가세가 기우는 것도 주로 인생 후반전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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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부터 많은 풍파 올 수 있어
돈 외에도 여러 능력·건강 필요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개인적으로 나는 30대까지의 40년이 인생의 전반전이라면, 40대부터의 40년 정도가 인생의 후반전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이후에는 연장전 정도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제 나도 인생 전반전이 끝나가는 시점이 오면서, 후반전을 맞이해야 할 한가지 마음가짐을 생각한다. 그것은 후반전 또한 엄연한 경기라는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맞이하는 영원한 안정과 휴식의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불안정성이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는 시기다.

변호사로 일하면서도 인생 전반전의 사람들보다 후반전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다. 사기 사건은 돈이 별로 없는 사회 초년생일 때보다 어느 정도 자산을 모았을 때 더 심각하게 얽히는 경우가 많다. 부부들은 신혼일 때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는 대체로 의기투합하려 하지만, 아이가 크고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륜이나 이혼 문제가 많아진다. 상속 문제로 가족 간에 분란이 생기거나 동업자 간에 원수가 되는 것도 인생 후반전에 많이 일어난다.

대개 젊을 때는, 취업이나 연애, 결혼 등 여러 인생의 중대 문제를 겪고 나서, 나이가 들면 서서히 안정이 찾아올 거라고 쉽게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가면서 학교 폭력에 휘말릴 수도 있고, 갱년기를 비롯해 몸이 말을 듣지 않기도 하며, 회사에서의 퇴사 압박을 서서히 받기도 한다. 퇴사 이후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해서 전 재산을 잃거나 가세가 기우는 것도 주로 인생 후반전에 일어난다. 부모님이 병환을 앓거나 영면에 드는 것도 주로 인생 후반전의 일이다.

그래서 삶이란 다소 피곤하게도 평생 긴장을 완전히 늦출 수는 없고, 날마다 준비하듯 살아가야 하는 듯하다. 인생 전반전은 후반전을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예열과정 같기도 하다. 각종 보험과 연금도 미리 준비해두기 시작해야 하고, 너무 ‘욜로(YOLO)’ 같이만 살 게 아니라 조금씩 자산을 모으며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이런 것들을 모두 챙겨주는 부모님이나 인생 선배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스스로 하나씩 신경 쓰며 챙겨둘 필요가 있다.

이렇듯 인생 후반전에는 의외로 전반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여러 풍파가 올 수도 있다. 그러니 후반전을 위해서도 몇 가지 준비물들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여러 금융적인 준비도 준비지만, 돈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최근에 나는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 삶에는 돈 이외에도 우리가 쌓아나가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 돈이 아닌 여러 능력, 관계, 건강도 적금처럼 삶에 쌓을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은 나날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기르고, 함께하는 취미생활도 가지면 좋을 것이다. 기존에 가진 능력들도 꾸준히 쌓아가되, 새로이 도전해볼 만한 일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가령, 레이먼드 챈들러나 줄리어 반스처럼 사십 대에 데뷔하여 매우 저명한 작가가 된 사례가 전 세계에 널려 있다. 건강을 위한 운동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차곡차곡 준비하며 10년 달리고, 또 10년 달리면 서서히 삶도 저물어 갈 때가 올 것이다. 그렇게 잘 달려 나가면서, 또 하루하루의 풍경을 잊지 않고 사랑할 수 있길 바란다. 인생은 잘 준비해가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의미 있는 장기전이 된다. 어느 시점부터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가치 있고 좋은 달리기를 이어가야 한다.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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