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저물어가는 석탄 시대의 단상

오현길 2024. 8. 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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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보내려고 얼마 전 삼척을 찾았다.

천변을 따라 구옥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작은 시골 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석탄 시대의 마지막을 목격할 수 있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석탄은 국가 경제와 에너지 공급의 중추로 자리매김했고, 1970년대 석유파동 시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었다.

이제는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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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보내려고 얼마 전 삼척을 찾았다. 삼척 시내에서 태백으로 이어진 강원남부로를 따라 40분 남짓 차로 달리면 연어의 회귀천으로 유명한 오십천이 시작하는 도계읍에 도착한다. 천변을 따라 구옥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작은 시골 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석탄 시대의 마지막을 목격할 수 있다.

1937년부터 지금까지 90년 가까이 운영해온 삼척 도계광업소가 2025년 6월 문을 닫는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로 석탄을 생산해온 태백 장업광업소가 폐광됐다. 도계광업소를 마지막으로 한국석탄공사의 석탄 생산은 종료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유일하게 민간에서 운영하는 삼척 경동탄광만 남게 된다.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6만명이 넘게 살았던 도계읍은 이제 인구 9000명 남짓의 한적한 마을이 됐다. 읍내를 걷다 보면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채 굳게 문이 잠긴 석탄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흥망성쇠와 그로 인한 지역 소멸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석탄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 자원이다. 이 때문에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896년 조선 말기의 혼란 속에서 러시아인이 함경도 경성과 경원 지역의 석탄 채굴권을 획득한 것을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기원으로 꼽는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석탄은 국가 경제와 에너지 공급의 중추로 자리매김했고, 1970년대 석유파동 시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었다. 해외에서 비싸게 들여와야 하는 석유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주탄종유(主炭從油)'의 시기였다.

석탄 채굴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으나, 그만큼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탄광 인근 지역에서는 지나가던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을 정도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석탄은 1억9300만t(석유공사 생산분)에 이르는데, 이는 벌크선 가운데 가장 큰 20만t급 벌크선을 무려 965대나 가득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석탄은 더 이상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이 날로 커지면서 세계는 탈탄소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은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기후변화의 현실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변화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석탄산업의 쇠퇴로 생계를 잃은 주민들과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삼척시에서는 도계광업소 폐광에 대비해 서울에만 있는 중입자 가속기 암 치료센터를 조성하고 골프장을 추가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폐광지역이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저물어 가는 석탄의 시대에 우리가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과 함께 지역 경제와 환경을 고려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석탄이 떠난 자리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이 채워져야 할 것이다. 탈탄소라는 변화에 맞춰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서둘러 맞아야 한다.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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