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총영사 "광복회장, 말 같지도 않은…" 해외서도 두쪽 광복절

박현준 2024. 8. 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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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오전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서 뉴욕한인회, 주뉴욕총영사관, 광복회 뉴욕지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의환 주뉴욕 총영사가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의환 주뉴욕 총영사가 이종찬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두고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라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역사 논쟁이 해외까지 번지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발언은 1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인회관에서 뉴욕한인회, 주뉴욕총영사관, 광복회 뉴욕지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등의 공동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나왔다.

이날 행사에선 먼저 유진희 광복회 뉴욕지회장이 이종찬 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했다. 유 회장은 “그동안 건국절 제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전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며 “우리나라가 1948년에 건국됐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일제의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흉계”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절 여러 차례 시도했던 건국절 제정 운동은 독립운동 세력을 약화·분열시키고 민족혼을 빼는 이적 행위나 다름 없다”며 “이런 악행을 저지른 자는 일제 시대의 밀정과 같은 존재로서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독립운동사 연구와 교육을 강화해 일제 지배를 정당화하는 신종 친일사관을 배격해야 한다”고도 했다.

뒤이어 단상에 올라온 김의환 총영사는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를 들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 회장의 기념사를 정면 비판했다.

김 총영사는 이어 경축사를 통해 “광복, 대한민국 건국, 그리고 오늘날 한국이 이룩한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라며 “광복절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은 왜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됐을까 하는 것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세계의 기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가 주최한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총영사는 또 “그것은 미국이 선사한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파괴하려고 광분하고 있는 북한 공산 세력과 대한민국 내부의 종북 좌파 세력들을 분쇄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총영사의 발언 도중 청중석에선 소란이 일었다. 일부 참석자들이 김 총영사의 발언에 호응하는 가운데 또 다른 참석자 사이에서 "너무 발언이 심하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행정고시 출신인 김 총영사는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행정심판국장, 고충처리국장 등을 역임한 후 2022년 12월 뉴욕총영사로 부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고종의 손녀이자 의친왕 이강의 딸인 이해경(94) 여사가 감사패를 전달받았다.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 여사는 컬럼비아대 도서관 사서 등으로 근무하며 의친왕의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발굴해왔다. 이 여사는 “아버지는 어떻게든 나라를 되찾으려고 애를 쓰셨다”며 “나는 받을 자격이 아무것도 없다. 아버지가 받으신다고 생각하고서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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